기다림
-윤석준
기다림의 끝은 온통 길기만 하다
낯선 여운의 골짜기를 혼자 걸어오다
지쳐 쓰러진 어느 슬픈 소녀처럼
꼬리를 잘리운 강아지의 울부짖음처럼
기다림의 끝은 온통 아픔으로
길기만 하다
만날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것은
잊혀진지 오래된 낡은 습관
기다림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를 아는 것은
벌써 가치를 상실해버린
적국의 비둘기
기다림의 끝은 온통 길기만하여
나는 나를 잊어버리고
너보다 나를 더 잊어버리고
어느 하얀 날
너에게 달려갈 수 있을지만 생각하는
슬픈 동물
기다림은 기다림으로
그것으로 영원히 끝이 나버리고 말
슬픈 동물의 결심
--------------------------
20대 때 써놓았던 시들 중 한편입니다.
이 시는 작가의 르느와르사이키델릭앙네몽뜨왕느그르겐슈타인 한 정서를 느낄 수 있는 대표적 시로서,
작가가 20대에 겪었던 수많은 인생의 알레그로모데라토프레스토높은음자리표 한 역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문학의 정수로 꼽히는 작품입니다.
이 시는 현재 작가가
오늘 슨즈선상님으로부터 아이팟터치를 구입하고 내일까지 어케 기다릴지를 고민하며 올리는 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