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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8대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비례대표 공천을 미끼로 30억원을 챙겨 구속된 영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언니 김옥희(75)씨가 또 다시 구설에 휘말렸다. 지난 4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 추징금 31억8000만원의 형이 확정된 김씨는 작년 8월 구속 이후 한 차례의 구속집행정지와 세 차례의 형집행정지 요청이 법무부에서 받아들여져 수형생활의 절반 이상을 병원에서 보내왔다. 특히 10개월째 입원해 있는 김씨가 수천만원대에 이르는 병원비 납부를 거부, 최근 병원 측이 김씨 자택의 임차보증금을 가압류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우울증 등 이유 형집행정지 연장
지난 2월부터 김씨가 머물고 있는 중앙대병원에 따르면, 김씨가 두 차례의 수술비와 입원비 등으로 병원에 물어야 할 돈은 8000여만원에 이른다. 병원 측은 그동안 김씨에게 수차례 병원비 납부를 독촉해 왔지만 “조금만 가다려라. 청와대, 국정원에서 대납해 줄 것”이라면서 버텨왔다고 한다. 지금도 특실 입원비로 매일 30만원가량 비용이 불어나고 있어 이달 말까지 입원해 있을 경우 김씨가 물어야 할 병원비가 억대에 이를 전망이다. 김씨는 자신의 얼굴이 알려져 있다는 이유 등으로 입원 후 줄곧 일반병실(6인실 기준 하루 입원료 8500원)이 아닌 특실에 머물러왔다.
사정당국과 중앙대병원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4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기 전부터 사실상 구치소 수감생활을 청산한 채 ‘병원 특실 수감 생활’을 해왔다. 김씨는 지난 2월 뇌동맥류 수술을 위해 법무부에 신청한 구속집행정지가 받아들여지자마자 중앙대병원에 입원했고, 이후 계속 병원에 머물고 있다.
김씨는 지난 4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내려진 후에도 서울구치소로 돌아가지 않았다. 대신 지난 5월에는 뇌수술 후유증을 이유로 형집행정지를 신청했고, 지난 8월과 9월에는 각각 어깨수술과 우울증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서를 제출해 형집행정지를 연장했다. 김씨에 대한 형집행정지는 오는 11월 30일까지로 돼 있다.
사정기관의 한 관계자는 “중앙대병원에서 뇌수술, 어깨수술에 이어 우울증 치료를 위한 정신과 진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서를 내줬고 이로 인해 형집행정지가 계속 연장돼 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병원 간부에 “청와대에 얘기해 주겠다”
현재 법원과 검찰 주변에서는 김씨에 대한 형집행정지가 세 차례나 받아들여진 것과 관련해 “일반 수감자와 비교할 때 지나치게 이례적”이라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영부인의 사촌언니라는 배경 때문에 혜택이 주어진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실제 김씨도 그동안 병원에 머물면서 영부인과의 관계를 들먹여왔다고 한다. 병원 측이 병원비 중간 정산을 요구할 때마다 영부인과의 관계를 거론하며 “조만간 잘 해결될 것”이라는 말을 되풀이해 왔다고 한다. 김씨는 담당 의사와 병원 고위 관계자에게 “특별히 (청와대에 얘기해서) 나중에 챙겨 주겠다”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
병원 관계자들도 처음에는 김씨의 ‘배경’을 믿고 특별대우를 해줬다. 별다른 보증 없이 수술을 해줬고, 병원장이 자주 김씨의 병실을 찾아가 안부를 묻기까지 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달 청와대 직원들이 병원을 찾아오면서 병원 측은 ‘김씨에게 속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병원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 관계자들이 김씨에 대한 소문을 듣고 찾아와 ‘진료비 대납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하고 갔다. 김씨 말을 믿고 있던 우리로서는 골치가 아파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당시 병원 고위층은 “청와대에서 진작에 ‘김씨를 도와줄 수 없다’는 입장을 우리에게 알려줬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고 한다.
병원 측 관계자는 “입원 초기에는 김씨를 찾아오는 사람도 더러 있었지만 지금은 가족 외에는 오는 사람이 없다. 영부인 언니라는 점 때문에 예우를 갖춰 준 직원들만 황당한 상황을 맞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는 지금도 계속 허세를 부리고 있다고 한다. 병원비를 독촉하면 “1억짜리 수표 한 장이면 되는 문제를 갖고 왜 이렇게 독촉을 하느냐. 어느 쪽에서 돈이 올지 모르지만 수표가 오면 이서는 하지 않겠다”는 식으로 배짱을 부리고 있다고 한다. 급기야 병원 측은 병원비 확보를 위해 최근 김씨 아들이 거주하고 있는 주택의 보증금을 가압류하는 조치를 취했다. 김씨가 구속되기 전 아들 내외와 함께 거주한 집은 보증금 1억원에 월세 230만원짜리 고가 주택으로 알려졌다. 현재 보증금 중 일부는 월세 납부가 지연되면서 이미 수천만원가량 차감된 상태다.
전직 국회의원이 입원 주선
김씨 가족에게 중앙대병원을 추천해준 사람은 중앙대 동문회 임원을 맡고 있는 이모 전 의원. 평소 김씨 가족과 친분을 나눠온 이 전 의원은 “어머니 뇌수술을 해야 한다”는 가족들의 고충을 듣고 중앙대병원을 추천해줬다고 한다. 병원 측은 “국회의원 출신의 동창회 임원인 이씨가 학교 선후배들을 만나 김씨를 입원시켜 줄 것을 요구했다. 그분이 아니었다면 우리 병원에서 김씨를 받아주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씨 아들이 어머니 뇌수술 문제를 상의해 온 적이 있는데, 사정이 딱해 내가 중앙대병원을 소개시켜 줬다. 소개한 사람 입장을 생각한다면 빨리 병원비를 내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가 듣기로는 김씨가 어렸을 적 김윤옥 여사를 많이 챙겨줬고 지난 대통령선거 과정에서도 서울 모처에 사무실을 내고 열심히 도와준 걸로 안다. 요즘 그 가족들이 생활비가 없어서 자가용을 내다팔 정도라고 하는데, 안타깝다”고도 했다.
김씨는 작년 18대 총선을 앞두고 서울시버스운송조합 이사장에게 국회의원 비례대표 공천대가로 30억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유죄가 인정됐고, 지난해 6~7월 ‘공기업 감사로 취업시켜 주겠다’며 전직 공기업 임원 등 3명에게서 2억원을 가로챈 혐의도 법원에서 유죄로 인정됐다.
김씨는 수형 생활을 하면서도 차기 노인회장 선거와 관련해 입김을 행사한다는 소문이 나돌아 사정기관 관계자들이 사실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김대현 기자 ok21@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