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마음이 움직여서,
그간 방치해두었던 기기 처분한다고,
몇일 사이 와싸다에 진을 치고 있습니다^^
갤러리란에 써본 적이 없는데,
문득 생각이 들어서 사진 한장 올립니다.
거의 창고 용도로 쓰고 있는 조그만 방에
그냥 짐짝처럼 스피커가 놓여 있는데요.
이상하게 메인 시스템은 놔두고
이 방에서 음악을 듣게 됩니다.
책장 안에 박혀 있는 것은 AR7이고,
액자 밑에 숨어 있는 건 이름도 기억 안나는 인켈 스피커입니다.
저 군대간 사이 누님이 제가 아끼던 올리베티 타자기를 박살냈는데,
제가 하도 원망을 했더니,
그에 대한 보상차원에서 누님이 첫월급 탄 돈으로 선물해주셨었죠.
앰프는 누구 주고 스피커만 남아있습니다.
게시판에 자주 와서 글을 읽다보니까
몇년 전이나 마찬가지로, 여전히 오래된 논쟁들이 계속되고 있네요.
제 골방은 보시다시피, 오디오 세팅과는 거리가 멉니다.
소리가 제대로 날리가 없죠.
하지만 방이 워낙 작고 물건이 꽉차있어서 그런지,
큰방에 있는 메인시스템보다 느낌이 더 좋습니다.
차안에서 듣는 것과 좀 비슷하기도 하고...
웃기는 것이, 저는 정말 막귀인지, 음이 지맘대로 들립니다.
처음 이 방에 들어오면, 우선 AR7으로 듣는 경우가 많은데요.
AR7은 처음 듣는 순간 상쾌한 감동이 있습니다.
어찌그리 청명한 소리가 나는지요.
그런데, 한참듣다 심심해서 스피커셀렉터 B버튼을 짠 누르면,
인켈 스피커로 소리가 나오게 되어 있는데요.
인켈이 AR7보다 더 좋다고 느껴집니다.
우선, 저역이 확 살아납니다.
A, B 왔다갔다 해보면,
AR7은 과장 좀 더해서, 한 3분의 1 정도는 안들립니다.
저역은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이
처음에 AR7만으로 들을 때는 저역이 없다는 느낌을 전혀 받지 못하거든요.
그래서 어떤 날은 인켈 스피커를 먼저 틀어보기도 하는데,
이건 전혀 감동이 없습니다.
AR7과 왔다갔다 비교해서 들어볼 때만 좋다고 느껴집니다.^^
그래도 이 놈이 좋은 점은,
아주 적은 볼륨에서도 저역이 풍부하게 들린다는 겁니다.
잠을 방해하지 않는 수준으로 소리를 약하게 해놓고 자면 정말 좋습니다.
피곤한데 잠이 잘 안오는 날, 이 소리를 들으며
골방에서 슬리핑백 속으로 들어가 자면 참 편안하게 잠을 잡니다.
그런데, 더 웃기는 것이, AR7 듣다가 인켈 듣다가,
티볼리를 틀어도, 티볼리는 지지 않습니다.
어 이것도 괜찮잖아 그런 느낌.
이거 뭐 전혀... 지맘대로 들리는 거 맞죠?
전 하이엔드가 필요치 않아서 참 행복합니다.
(그래도 이쁜 거 보면 못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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