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두호님께서 2009-11-23 12:48:12에 쓰신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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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구철학은 내게 어려운 분야이자 너무나 매력적인 분야였다. 어렸을 적[대략 중학교적] 난 동양철학을 완전히 꿰뚫었다. 이것은 분명 사실이다. 내가 좋아하는 여자에게 고백을 못하고 마음 속에 삭이고 나서 난 깊은 우울증에 빠졌다. 그때 난 소극적이었고 여자에게 추근거리는 법을 몰랐다. 나는 죽을 때까지 그 여자를 잡지 못한 것을 후회할 것이다. 그 깊은 우울증은 방에만 날 쳐박히게 만들었고 그 여자애 생각도 곧 사라졌고 난 무의미의 심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헤메었다. 정신이 몽롱하고 집에 어머니가 꽃아놓은 동양철학책 세트를 읽으면서 - 아니 사실 말하자면 내 쓰라린 경험이 날 앎으로 이끈 것이지 결코 물질적인 책 때문이 아니다. 앎을 배우려면 하나의 체험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난 생각한다. 결국 난 혼연일체가 뭔지 알았고 최소한 동방적 지혜의 전승자는 되었다. 이것은 내 엄청나고 거대한 고통에서 도출된 혼연의 세계를 스스로금 창조한 계기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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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지금 나는 다른 분야에 접근하려 한다. 그것은 신비한 세계이다. 동양에서는 미지의 분야로 손꼽히는 서구철학. 이 방대하고 심오하며 철두철미하게 분석적인 세계에 난 몰입하려고 노력 중이다. 동양과 서양은 완전히 정반대다. 물론 철학도 다분히 정반대라 명명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좀 더 이국적인 면모로 일신하려고 한다면, 거기에 몰입하여 사유하고자 한다면,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가 보지 못한 추상의 세계에 더욱 근접 가능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왼쪽은 오른쪽으로 가려고 노력하고 오른쪽은 왼쪽으로 가려고 한다. 남자는 여자를 향하고 여자는 남자를 향한다. 우리네 세계가 그럴진데, 자화자찬으로 학자이자 식자라 칭하면서 이 매력적인 학문, 서구철학을 놓칠수가 있을련가! 철학의 창조자 플라톤부터 논리학의 아버지 아리스토텔레스, 사변철학의 아버지 칸트, 그 외에 그 철학을 뒤집은 덩치큰 지성 헤겔, 염세철학자 쇼펜하우어, 충격적인 철학자 니체, 20세기의 거장 하이데거, 그 외에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실존주의자 장 폴 사르트르, 그리고 포스트모더니즘의 기수이자 천재 중의 천재 질 들뢰즈까지. 이들이 구성한 유럽철학 즉 담론사는 영원히 식자들을 매혹하게 하고 그들을 해체하고 비판함으로써 새로운 담론사가 형성된다. 그들은 모두가 불행한 삶 속에서 헤메었지만 그 가운데서도 지知에서 해답을 찾았고, 그들을 구원한 건 그것 뿐이었다. 철학적인 글쓰기, 사유에 입각한 글쓰기는 그들이 선택한 최선의 분야였고 그들이 존립하기 위한 현존재적 틀의 구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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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하나의 질문이 여기 귀결될 수가 있겠다. 동양과 서양철학의 합작을 이루려는 자기기투가 완성되면 얼마나 정합적이고 황홀한 쾌락을 느낄 수 있겠는가? 아니, 그것은 일종의 지의 글로벌화다. 헤겔이 말한 절대지일수도 있고 아니면 그냥 무無일수도 있다. 결국 엄청난 것이 결국 아무 것도 아닌 걸수도 있다. 그렇다고 내가 노력하지 않을 수 있으랴? 내가 태어난 시원부터 지금까지 소급하자면 이 모든 회구의 과정이 내가 사바세계에서 고투한 모든 정신적 덩어리를 유추해 볼 수 있으리라. 그리하여 나는 내 정신병을 극복하고 교양의 세계, 앎의 세계, 예술의 세계, 그 모든 아름답고 세련된 세계 속에 몸을 담가 마침내 학문의 정수를 관통하고 스피노자적인 실체 속에 다가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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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 11. ? 박준석 씀.
단의의 나열이 철학이 아닐텐데, 차라리 절학(切學)을하셔서 청정한 자게라도 이루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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