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들어 가장 추운 날인 것 같습니다. 이 추운날 집에 안가고 연구실에서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 중 '지크프리트'를 듣고 있습니다. CD로 13-14장이나 되는 대작이다보니 손이 잘 안가서 그렇지, 내용 알고 들으면 꽤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빵빵한 관현악도 일품이니 길이가 길다는 것 빼면 오페라 안 좋아하시는 분도 좋아할만한 측면을 갖추고는 있습니다.
요 며칠간 계속 같은 작품을 듣고 있는데, 먼저 크나퍼츠부쉬의 56년 바이로이트 실황공연으로 시작해서 뵘의 66~67년 바이로이트 실황공연을 거쳐 오늘은 자발리쉬의 바이에른 주립오페라 실황을 듣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반지'중에서 지크프리트 배역에 촛점을 맞춰서 듣는데, 크나퍼츠부쉬와 뵘의 음반은 볼프강 빈트가센이 이 배역을 맡았고 자발리쉬의 음반에서는 르네 콜로가 맡았네요.
비교 결과 비록 오래된 녹음이긴 하지만 빈트가센의 압승인 것 같습니다. 지크프리트가 아버지 지그문트의 유품인 부러진 칼을 받아들고 '노퉁'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장면에서, 빈트가센은 쭉쭉뻗는 고음을 유감없이 보여주는데 비해 르네 콜로는 어딘지 모르게 불안하고 지나치게 낭만적으로 처리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사실 이 장면은 전혀 낭만적이거나 신파적인 장면 아닙니다. 반지의 제왕에서 아라곤이 엘론드로부터 새로 벼려진 칼을 받는 장면과 비슷한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난방이 꺼지니 슬슬 추워지기 시작하네요. 이쯤하고 들어가 봐야겠습니다. 모두들 편안한 저녁되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