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리게즈와 타란티노. 같은 비디오가게 점원으로 출발해서 앞서거니 뒷서거니 영화를 찍었지만 이제는 다른 클래스의 감독이 되어버렸군요.
로드리게즈는 아직도 제자리걸음이지만, 타란티노의 영화적 테크닉이나 스타일은 발전에 발전을 거듭한 것 같습니다. 감수성은 그대로지만 편집이나 인물의 구축은 훨씬 발전했네요. 어처구니 없는 느낌을 주면서 허를 찌르지만, 너무나 절묘한 선곡은 여전합니다.
저수지 개들이나 트루로맨스, 펄프픽션의 느낌이 물씬 살아나는 술집 총격씬도 압권이었고, 언제나처럼 메타픽션적 이야기를 풀어놓는 영화관 씬도 정말 멋졌습니다.
타란티노의 폭력은 희화화된폭력입니다. 그걸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받아들이지 않고는 개인의 차이지만 일단 그걸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면 타란티노만큼 나쁜 영화감독도 없겠죠. 제가 김기덕 감독은 싫어하고 타란티노는 좋아하는 이유가 김기덕의 영화는 유희로 받아들일 수가 없고 타란티노의 영화는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박찬욱의 뜬금없는 유머코드도 타란티노의 영향이 어느정도는 있다고 봅니다.
사실 이게 제 여친과 제가 영화를 보면서 유일하게 동의하지 못하는 점이기도 합니다. 오늘 마지막으로 타란티노에 대한 여친의 반감을 감소시켜보고자 마지막으로 시도했지만 끊임없이 폭력적인 장면에서 얼굴을 돌리는 여친을 보고 앞으로 타란티노의 영화는 혼자보러 다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영화는 킬빌과 데쓰프루프 보다 재미있었습니다. 150분이 넘는시간동안 지루할 틈이 없더라고요.
영화를 보는 것보다 좋은 영화를 보고 여친과 서로 이야기하기를 즐기는 저로서는
이런 영화를 보고 같이 낄낄거리면서 감상을 나누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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