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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후기]태춘 옵, 은옥 언니 구경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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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01 22:32: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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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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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후기]태춘 옵, 은옥 언니 구경 후기입니다. |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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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호 [가입일자 : 2006-02-13] |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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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장 부리다 택시 두번에 지하철 한번 갈아타고 간신히 공연 시간 맞춰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이놈의 게으름을 빨리 걷어내야 살도 빼고 사람구실도 할텐데...
자리에 앉아 한숨 돌리니 무대에서 박은옥씨가 나와서 '빈산' 을 첫 노래로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위로를 주는 그 처연하고, 또 맑은 목소리를 들으니 20여 년 전 처음 그들을 접했을 때가 생각나 가슴이 뭉클해지더군요.
1부에서는 주로 7~80 년대 노래들 - '북한강에서', '촛불', '바람', '장서방네 노을', '봉숭아' 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정태춘, 박은옥 씨 노래는 학내외 집회나 다른 공연을 통해서 종종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만, 돌이켜 생각하니 그 당시엔 거의 싸움의 노래, 삶의 노래들을 부르셨기 때문에 이렇게 대한민국에 다시 없을 아름답고 토속적인 가사를 생생하게 그와 그녀의 목소리를 통해 듣는 건 드물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공연을 2부로 나눠 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앞판은 주로 초중기의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나보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비겁하게도(?) 1부 말미에 ‘우리들의 죽음’을 부르고, ‘92년 장마, 종로에서’ 를 끝으로 암전이 있었습니다.
당연히 저와 집사람은 그 노래 앞 나레이션 때부터 울기 시작해서 1부 끝날 때까지 내내 흐느꼈습니다. 사실 몇 해 전 집에서 실수로 노래를 튼 적이 있는데 그땐 끌 생각도 못하고 한참을 대성통곡을 했더랬습니다만, 어젠 객석이고 하여 어찌어찌 간신히 감정을 추스를 수 있었습니다. 우리 말고도 여기저기서 휴지를 꺼내 눈물 훔치는 소리가 들리더라는 얘기는 돌아오는 길에 집사람에게서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아무튼 이 노래는 봉인곡입니다. 이렇게 공연 중간에 나오면 정말...
2부는 ‘간첩 리철진’, ‘정동진 3’, ‘건너간다’,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 등 90년대 이후 발표된 노래들을 들려주었습니다. 어쩌면 우리들의 싸움에서 그의 싸움으로 변해가던 시기, 이제는 먹고 살만해지지 않았냐는 주변의 물음에 - 아직 멀었다고 자기만 그런 세상이 온것을 모르는 것이냐고 되묻던 정태춘씨의 토로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향토와 아름다움 대신 성장의 그늘과 어둠을 보듬기, 그리고 일어나 싸우기에 대한 노래들, 우리에게 힘을 주던 노래들이 흘러나왔습니다.
결국 2009년 오늘을 보면, 그가 옳고 우리가 틀렸죠. 십 수년동안 고만고만하게 먹고살만 해졌나 했지만, 정치적으로는 형식적인 민주주의 조차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했으니까요.
앵콜곡은 ‘사랑하는 이에게’, ‘시인의 마을’ 이었습니다. 두 곡 다....감동이었습니다.
이제는 자주 없는 공식 공연이기 때문에 많은 기대를 했고 기대의 120%를 얻은 시간이었습니다. 여기 오기위해 30시간 철야근무를 했던게 전혀 아깝지 않은 무대였구요.
돌아오는 길에 다시 두 사람의 토속과 서정이 가득 찬 새음반, 새노래를 듣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노래를 만들고 부를 수 있는 시대가 와야 한다는 생각도 함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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