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기 논쟁이 아니니 딴지 걸기 없깁니다!^^)

지난 1주일 동안 어처구니없었던 일과 적잖이 놀란 일을 두고 반성해 봅니다.^^


1. 어처구니 없었던 일

얼마전 모니터오디오 GS-10(북셀프)을 구입하고 굉장히 좋아라 했지요. 들어본 분은 아시겠지만 자극적이지 않은 놀라운 해상도와 입체감은 이보다 상급기에 뒤지지 않는다고 봅니다. 그런데 얼마전 일본의 모 회사 스피커케이블을 리뷰용으로 대여받아 들어본 뒤로 제 스피커 소리가 좀 이상해진 것입니다. 이상하리만큼 소리가 가늘어지고 입체감도 떨어지고 밸런스도 안 맞는 것 같고. 아무튼 소리가 정말 이상해졌습니다. 대여받은 스피커케이블이 제가 쓰는 것보다 더 상급기여서(미터당 7만원 정도?) 그새 귀를 버린 것일까? 아니면 기존에 쓰던 케이블(QLX-100)이 별볼일 없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선이 좀 가늘고 중고음 성향이 강한 소니 CDP로는 이제 만족하지 못하는 걸까? 고민하면서 고수들께 케이블 문의와 CDP 문의를 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런저런 조언들을 받아 전문가와 상담도 하고 몇몇 샵에 가서 상급기를 들어보기도 했지요. 상급기 소리가 좋긴 좋더군요.^^ 하지만 제가 쓰는 기기에 (신품가 기준으로) 4~5배가 넘는 가격이었고 그 가격에 비해 음질적인 만족도는 한 10% 정도 업된것 같았습니다. 경제논리로 따지면 영 아니올시다인 것이지요. 그리고는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으로 집에 돌아와서 랙 청소를 한답시고 앰프 뒷면을 보았는데, 앵? 이게 어찌된 일이란 말입니까? 오른쪽 스피커선을 앰프쪽으로 잘못 연결해 놓은 것이었습니다. 뮤피앰프 써보신 분은 알겠지만 뮤피의 포노단 접지단자가 꼭 스피커터미널처럼 바나나단자도 들어갈 정도로 가운데가 뚫려 있습니다. 그러니까 + 선을 접지단자에 꽂고 -선을 스피커 터미널 +단자에 꽂고 들은 것입니다. 생각해 보니까 지난번에 선을 바꿀 때 귀찮다고 그냥 앰프 앞에서 손을 넣어 스피커선을 연결한 게 잘못 연결한 것입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하다니, 저도 어이가 없어 웃고 말았고, 원숭이가 나무에서 떨어졌네 하고 마눌님의 비웃음을 샀습니다. 에효! 이제 다시 제대로 연결하고 나니 제 귀에 익숙하고 좋아하는 소리가 다시 나오는 겁니다. ㅎㅎ..


2. 적잖이 놀란 일

3평 남짓한 사무실에서 나름대로 음악을 듣는다고 야마하 북셀프를 이곳에서 구입했고, 앰프는 티악 올인원(검은색)이 탐났지만 거저 얻은 인켈 앰프와 CDP가 있어서 그냥 그렇게 들으려니 오래된 기기들이라(앰프는 출시된지 20년이 넘었고, CDP는 10년이 넘은 기종) 한군데씩 다 아프더라고요. 그래서 앰프는 릴레이를, CDP는 픽업을 AS센타에서 몇 만원 주고 다 갈았습니다. 그리고 나서 CDP 상판이 좀 지저분한 것을 꽃무늬 시트지로 가리고 조화 꽃병도 갖다 놓고 잘 닦아준 다음 소리를 들어봤습니다. 어쭈구리! 이거 소리가 제법 괜찮은데? 하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더라구요. 물론 앰프는 음악성이 뛰어난 앰프는 아니지만 힘이 좋아 야마하 북셀프를 넉넉히 울려주고, CDP는 좀 건조한 소리지만 나름대로 자연스럽고 따뜻한 소리를 내주어서 놀란 것입니다. 인터케이블도 10년 전에 미국 갔다 오며 사온 2만원짜리 소니 보급형이고 스피커선도 크리스에서 스피커 구입할 때 주는 보급형 선재입니다. 그런데 이게 들어줄 만한 겁니다. 인켈 AS센타 소장님이 한 말이 생각났습니다. 손님, 음질을 듣지 마시고 음악을 들으세요. 그런 마음만 있으면 저렴한 국산 기기들도 괜찮아요! 그 인켈 소장님은 그저 그런 납땜쟁이가 아니라 오디오 경력 30년이 넘는 분이더군요. 어쨌든 사진에서 보듯이 검둥이들이고, 야마하 스피커도 검둥입니다. 같이 놓고 보니 뽀대도 괜찮아요. 저렴한 국산 기기들에 큰 신뢰를 주지 않았던 저였는데, 닦고 조이고 붙이고 해서 모양을 내고 보니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듭니다. 정말이지 오디오의 세계에서도 왕도란 없는 것 같습니다.

* 이번 일들이 제겐 새로운 경험이었고, 스스로 반성하는 마음을 갖고, 1천여장 되는 LP와 CD를 돌리며 앞으로 음악을 더 잘들어보렵니다.^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