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거래처 사장과 술약속이 있어 오랜만에 조금 먹었습니다. 그래도, 나름 제 정신은 유지할 수 있을 정도여서 집을 나서기 전 마눌이 했던 이야기가 떠오르더라구요.
'집에 오는 길에 휴지 사와. 안 사오면 내일은 화장실에 신문지 갖다 놓을 테니까.'
터덜터덜 걸어가고 있는데, 홈후라스 슈퍼가 보이네요. 초점이 맞지 않는 눈으로 살펴보니까 비데용 3겹 휴지 24롤 짜리가 1+1으로 15900이예요. 원래 4겹 휴지를 쓰고 있었는데, '경제도 어려우니 내 x꼬도 이해해 주겠지.' 라는 생각에 낼름 사가지고 왔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화장실 가는데...집사람이 꿍시렁 대고 있더라구요. 술이 덜 깨 중간 중간 입력 되는 소리가 '휴지 하나도....블라블라....30미터...어쩌구 저쩌구...' 조금만 더 자고 일어나야 겠다 싶어 잠이 들었어요.
일어나 나가 보니 집사람은 일하러 내려가 있고, 식탁에는....두루마리 두개가 올려져 있어요. 하나는 원래 쓰던 휴지, 하나는 제가 어제 사온 휴지....
제가 사온 휴지는 한 두루마리에 30미터인데다가...폭이 원래 휴지 사이즈보다 1cm정도 짧아요. 그런데다 이건 신문지인지...휴지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질도 개판이고...
원래 술을 먹으면 주루룩 끙아를 하는 관계로 '오늘 내가 한번 테스트 해보자.' 라는 생각에 화장실에 걸어놓고 3번째 사용했는데...x꼬가 너무 슬퍼하는 기분이 드네요. 폭이 짧아 그런지 그립감도 너무 안좋구요.
그냥...산림보호를 위해 이따우로 만들었다고 좋게 생각하면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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