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기아팬들도 그런지 모르겠지만(아마 그럴듯) 솔직히 저는 시리즈를 빨리 끝냈으면 좋겠습니다.

그 이유가 뭐겠어요. 그건 SK가 무척 강한 팀이기 때문이죠 뭐. 다른 이유가 뭐있겠어요.

영감님이 감독하시고나서 07-09 시즌 플레이오프 성적은 2승을 하고 있는 기아 팬들 입장에서 아직 긴장을 풀지 못하게 하는 중요한 이유입니다.

아마 타이거즈 9V중에 4승 무패로 시리즈를 끝냈던 적은 91년 빙그레전 밖에 없었을 겁니다.

그 이유가 뭔지 아세요? 90년에 플옵에서도 떨어져서 4년만에 우승을 못했던 기억 때문에 어떻게든 확실하게 끝을 내고 싶었던 겁니다.



그런 이유로 아마도 기아는 4차전까지 전력을 다해서 놓치는 경기 없이 전승우승을 하려고 기를 쓸겁니다. 1승이라도 내주면 무섭잖아요.

솔직히 지금의 비룡은 90년대 중반까지의 타이거즈랑 너무 비슷합니다. 홈런왕은 없지만 쉬어갈 틈이 없는 고른 한방, 끈질김, 냉정함 등등.

(다른게 있다면 80년대 중반 타이거즈의 흡연율이 60%를 상회했고 선동렬은 종종 막걸리를 먹고 등판했지만 지금 비룡팀은 자기관리를 너무 잘해서 술먹고 담배피는 선수가 없다는 것 정도? 아, 아무래도 선발 투수는 예전 타이거즈가 좀 앞서네요. 타력은 지금 비룡이 더 나은 것 같고.)



어쨌든 지금은 기아한테 좀 유리한 것 같습니다. 계획인지 일이 너무 잘 풀려서인지 모르겠지만 양현종과 손영민이 한 번도 등판하지 않았으니까요.

비룡 입장에서 시리즈를 7차전까지 끌고 나가기 위한 당면 과제는, 내일 글로버와 구톰슨의 대결에서 근소한 차이로 구톰슨을 잡고 양현종을 끌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구톰슨이 초반 난조로 많은 점수를 내준다면 기아는 한기주를 롱 릴리프로 쓸 가능성이 있고ㅎㅎㅎ, 4차전 선발로 양현종을 내세울 겁니다. 기아로서 최선의 시나리오는 아마도 구톰슨-손영민or곽정철-유동훈으로 계투하고 4차전 선발로 양현종을 내는거겠죠. 그렇게 되면 비룡은 4-0이나 4-1 잘해도 4-2가 맥시멈일겁니다. 로패즈-윤석민-구톰슨 로테이션에서 2승이상 빼기는 쉽지 않을테니까요.



하지만 3차전에서 박빙의 승부를 펼치면서 양현종을 포함한 계투진들을 소모시킨다면, 4차전은 비룡이잡고 5차전부터 다시시작할 수 있습니다. 아마 4차전 선발은 채병룡선수가 나올테죠?

로페즈가 1차전의 구위에서 나아지지 못했다면 집중력을 발휘해서 로페즈는 털 수도 있을겁니다. 그리고 기아 선수들은 비룡의 저력을 의식하면서 무시무시한 압박감에 시달리겠죠.



아마 윤석민을 터는건 쉽지 않을겁니다. 윤석민이 안타를 많이 맞아서 쉬워보여도 그건 원래 윤석민 스타일이 그렇다는건 잘 아시겠죠. 평소 페넌트레이스에서도 뜬금없이 장타를 얻어맏거나 하는 일이 잦습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항상 힘을 아끼는 투구를 하다가 주자를 내보내면 전력투구를 하니까요. 그래서 2차전 볼 때도 사실 불안한 마음이 없었습니다. 2점 이상은 안내줄 거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반면 유동훈은 시리즈 중간에 한번은 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싸게 막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ㅋㅋ



지금 비룡팀의 타격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정도 타격감이면 윤석민을 제외한 다른 투수들은 어느정도 공략할 수 있다고 봅니다. 선발투수에게 3점 정도 뽑는다면 기아의 타격감이 계속 올라오지 못한다는 가정하에서 승산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계투인데 정대현, 고효준이 정말 한눈에도 안좋아보입니다. 고효준이 2차전 그런대로 선방했지만 그건 기아 선수들이 나쁜 볼을 건드렸기 때문입니다. 3차전 부터 스트라이크 존을 좁히고 들어온다면 난타당할 가능성이 큽니다. 고효준은 제가 비룡팀에서 가장 좋아하는 선수입니다. 성실하고 착하고...기아랑 경기할 때도 최대한 고효준은 안나왔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선수입니다. 지기도 싫고 고효준 선수 터는것도 보기 안타까우니깐.ㅎㅎ



그래서 비룡이 7차전까지 가서 우승하기 위해서는

1. 3차전을 박빙으로 가면서 양현종을 끌어내고

2. 성근옹의 계산대로 키플레이어인 고효준을 비롯한 계투진이 예전의 위용을 되찾고,

3. 타격감을 유지하면서

4. 기아의 타격감이 계속 저조하기를 바래야 할 것 같습니다.



솔직히 제 생각은 4-0 아니면 4-1로 기아가 시리즈를 가져 갈 것 같습니다. 비룡은 지금 투수진이 너무 지쳐있고, 기아가 느긋하게 경기를 하기에는 너무 강한 느낌을 상대에게 주기 때문에 절대로 방심하지 않을거 같거든요. 이게 다 3년 동안 극강의 포스를 풍긴 비룡의 업보라면 업보인것 같습니다.



어쨌든 요즘 시리즈를 보면서 심장이 쫄깃합니다.

사실 9V동안은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기분입니다.

초기에는 너무 어려서, 나중에 우승할 때는 그냥 우승하는 해 아니면 우승 못하는 해, 이렇게 16년동안 9번을 우승했기 때문에 그냥 당연한줄 알았거든요. 그때믄 타이거즈가 진짜 왕조였습니다. 미국에는 양키즈가 일본에는 거인이, 한국에는 타이거즈가 왕조였죠. 다른 팀들은 그냥 명문입니다.

만약 비룡이 이런 절대열세를 깨고 우승한다면 왕조의 기틀을 새우게 될 것입니다. 연속 V3와 향후 전력이탈없이 3년에 한번정도 우승을 해준다면 앞으로 비룡의 시대가 열리겟죠. 만약 기아가 우승한다면 타이거즈 왕조의 부활을 알리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구요. 아무튼 이번 가을 야구는 여러모로 정말 재미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