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환승해서 잽싸게 빈자리에 앉았습니다.
아리랑 방송을 듣고 다녀서 주위 소리에 신경쓰지 않는 편인데도
이어폰을 뚫고 들어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60정도 되신 어르신(?)께서 이런저런 말을 하셨습니다.
누구하고도 눈을 마주치지 않으면서도 이어폰을 뚫고 들어올만큼 아주 큰소리로
"전쟁이 나야되, 그래서 다 죽어야되 그래야 정신을 차리지
젊은 놈들 특히 전라도 놈을은 다 빨갱이야"
제가 전라도고 아직은 젊다고 생각해서인지 저도모르게 그 사람을 노려보게
되더라구요. 주위를 둘러봤지만, 아무도 그 말에 신경쓰지 않는 눈치였습니다.
고 김대중 대통령이 잠드신 현충원에 가서 빨갱이를 파헤치자고 외치는
인간들을 보면서 본심이 아니고 아마도 돈을 받고 해주는 퍼포먼스겠지
생각했는데, 정말 이렇게 삐뚫어진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참 안타깝습니다.
일제 36년, 분단 56년의 세월이 친일, 극우, 보수라는 괴물을 만들었는지 모르겠습니
다. 이런 삐뚫어진 생각이 바로잡히려면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러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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