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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아...두번째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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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30 18:05: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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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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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아...두번째 이야기 |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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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창 [가입일자 : 2003-08-16] |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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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다가와 오건만.
아직 날씨는 결코 여름의 끝자락에서 벗어나려 하질 않는다.
오늘도 버스안에는 사람이 많다.
늦은 시간인데......
다행이다.
맨 뒤 가운데 한자리에 자리가 있다.
예전이라면 서서 갔을텐데. 지금은 빈자리가 있으면 구지 사양하지 않는 신세가 되었다.
켁.
앉자마자 이상한 냄새가 난다.
내 옆 끝자리에 앉은 청년이 열심히 긴종이컵에 담긴 닭강정을 먹고 있다.
나만 느낀게 아니었을까.
주변 사람들이 다들 힐끔힐끔 쳐다보며 무언의 항의를 한다.
불쾌한 표정으로.
허허...
이 친구의 반응. 즐기는가?
그들의 시선은 아랑곳 하지 않은 채 그저 열심히 쩝쩝거리며 사운드노이징까지 져지르고 있다.
더운 버스 안.
닭강정 냄새는 코를 찌르고.
쩝쩝거리는 소리는 힘겨운 내 인생에 너무도 안타까운 태클을 걸고 있다.
용기내어 그 청년에게 이야기했다.
'창문 좀 여시던가. 내려서 드시죠'
무례하게 느낄 수 있겠으나......버스 안에서 음식물을 먹는건 사실 아니지 않은가.
청년은 창문을 연다.
아주 조금.
아 놔.
장난하나.
그러고는 여전히 쩝쩝거리며 계속 쳐드신다.
난 그저 쳐다 보았다.
시선을 고정한 채.
옆에 옆에 앉은 청년을 쳐다 보았다.
사실. 조금 불쾌하다는 느낌을 담은 얼굴 표정이었으리라.
시선을 의식했는지.
다른데 보는 척하다 내 쪽을 볼 듯 말 듯 한다.
그러고는 내 쪽을 보다가 눈이 마주쳤다.
이내 시선을 피한다.
그러고는 다시 내 쪽을 쳐다본다.
또 눈이 마주 쳤다.
내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부드럽게 한마디 해주었다.
'왜 쳐다보는데?'
그러자 고개를 푹 숙이고 잠시 있더니 몸을 틀어 창가만 쳐다 본다.
종이컵은 입구를 뭉개어 먹던걸 멈추었다.
휴...이제 좀 살것 같았다.
한참을 갔을까.
내리려는지 내 앞을 지나 뒷문쪽으로 그 친구가 갔다.
나 역시 내리려는 척하며 슬슬 따라가 주며 바로 뒤에 서있어주었다.
버스가 정차하자 카드를 찍고 내리더니 이 친구 뛰어간다.
뒤도 돌아보지 않는다.
아마 귀가시간이 늦어 빨리 가야했나보다.
보기보단 참 착한 청년이다. 성실하다.
버스안에서 뛰어가는 그 친구의 뒷모습을 보며 난 집으로 마저 가는 길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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