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꿈이 있었던 걸까?
월요일 퇴근후 본가로 가는 차에 집사람과 아들을 태우고 갑니다.
자식들 모두 시험기간이지만 아들놈은 그래도 할아버지 제사에 빠질 수 없어 학원수업후 학원앞에서 태워 가는 길입니다.
잠시 집사람과 아들이 학교 이야기 학원이야기를 나누며, 아들의 미래 희망을 이야기 했습니다. 아들놈은 대수학자가 되겠다고 어릴때부터 늘 이야기 합니다. 다른 어떤 과목보다도 수학이 재미 있다며.... 그런데 걱정되는 것은 놈은 벌써 몇 년째 자신의 꿈이야기를 하며 단서를 꼭 답니다. 대수학자가 안되면 난 때밀이를 할거야 라고.
지난 주 주말에 누님 내외분과 어머니 그리고 우리 가족이 함께 가까운 부곡온천에
갔을때 역시 아들놈이 매형과 저의 등밀이를 자처하고 나섰습니다.
미래의 때밀이께서 시원하게 밀어줄테니 소감을 말해보라고 매형의 등을 밀었습니다. 그 다음 저가 마루타가 되었고....
온천에서 나온 후
매형은 몇 십년만에 처음 느껴보는 개운함이라며 아들을 칭찬하고 뭐로 보답하면
되느냐고 너무 좋아하십니다.
명문대 나오고 재벌회사에 다니는 외아들이 결혼해 분가하고 누님내외만 살고
계시지만 그 아들이 평생 한번도 자신의 등을 밀어준 적이 없었다고,
이 개운함은 정말 몇 십년만인지 기억이 안난다고 하시며 눈물까지 글썽입니다.
누님 내외는 두분이 단촐하게 늘 좋은 곳, 맛집 등을 찾아다니며 두 분만의
오븟한 시간들만 있는줄 알았지만 매형의 웃음 뒤에
그런 그늘이 있는지는 미처 몰랐습니다.
나는 언제부턴가 그 어릴적 고사리 손으로부터 나의 등을 밀어주고
나는 놈의 전신에 때를 벗겨주는 것이 일상화 되어 그런 행복도 몰랐습니다.
오히려 명절이 다가오면 거동못하시는 아버지를 업고 아들은 목욕가방을 들고
동네목욕탕에서 아버지와 아들의 때를 벗겨주는 것이
그냥 일상이었고 피곤하고 번거로운 일로만 여겨지다가 아버님 돌아가신 후
이젠 중학생이된 아들놈과 둘이서 서로 등을 밀어주는 것이 당연한 일상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각설하고 정작 어젯밤 아버지 제사 가는 길에 차안에서
아들은 또 똑같은 말을 합니다.
나의 꿈은 대수학자 그리고 능력이 부족해 그 꿈을 못이루면
가장 자신 있는 일, 때밀이를 할 거라고 합니다. 그것이 자신의 꿈이라고...
그리고 던진 질문하나
“아빠는 어릴적 꿈이 뭐였지”
글세 내게 꿈 과연 있었나 혼란한 순간에 연이어 던지는 질문하나,
“그럼 지금 현재 아빠의 꿈은 뭐야”
또 혼란합니다. 글세 과연 지금 내 꿈은 뭐일까?
대답을 못하니 듣고 있던 집사람이 대신 대답합니다.
“아마도 아빠는 어릴적 꿈이 지금 하는 일이 아닐까? 그리고 지금 꿈은 농부란다”
하지만 저는 정말 답이 생각나지 않습니다.
과연 내가 어릴적 꿈이 있었을까?
아들놈처럼 저렇게 몇 년째 똑같이 변치않고 자신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참.야무진 꿈을 가진 아들인데, 첫 번째 꿈만 이루고 때밀이는 잊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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