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가 넘은 시간.
버스를 타고 퇴근을 한다.
늘 이 시간에 퇴근을 하기 때문에 버스는 만원은 아니지만 그래도 늘 자리는 꽉 차기 마련.
아...오늘은 피곤하다.
바뻐서 피곤한게 아니라 죙일 널부러져서 와싸다만 쳐다보고 있었더니 더 힘들다.
지금쯤 아는 지인들은 강남 어디서 참치회로 1차를 하고 기네스생으로 2차를 갔을텐데. 그 생각을 하니 더 아쉽고 피곤함은 더 몰려온다.
카드를 찍고 버스를 탔다.
뒷쪽 빈자리가 보인다.
둘이 앉는 빈자리에 앉았다. 일단 복도쪽에 자리를 잡는다. 자리가 뒷바퀴 위의 좌석이라 안으로 들어가면 영 불편하다. 내릴 땐 쌩쑈를 할지도 모르니.
신촌이다. 현대백화점 앞.
앞 빈자리에 50대 아저씨가 앉으셨다.
웁쓰...작렬하는 고기냄새.
아저씨 옆 아가씨는 바로 창문을 연다. 나도 열었다.
원래 음식냄새는 식욕을 돋군다고들 하는데 이 괴기냄새는 정말 화를 돋군다.
어쩌나. 운전 못하는 뚜벅이신세. 더러우면 택시 타던가. 닥치고 가야지.
동교동삼거리.
내 건너편으로 내 또래의 회사원으로 보이는 남자가 앉았다.
근데 이 쉑키.
디엠비로 핸드폰 티비를 본다. 이어폰도 안끼고.
사운드 작렬. 깔깔대는 소리하며 아....신경을 건든다.
참아보자.
어쩌나. 운전 못하는 뚜벅이신세. 더러우면 택시 타던가. 닥치고 가야지.
홍대.
자리가 다 들어차 내 옆에 아가씨가 앉았다.
다행이다. 나같은 뚱땡이 둘이 앉으면 내릴 때까지 서로가 힘든데.
이렇게 날신한 아가씨가 앉으면 운좋은 날이다.
근데 이 아가씨...
다비도프를 뿌렸다.
아 ㅅㅂ...나 이 향수 냄새 맡음 오바이트 쏠리는데. 좀 작작 뿌리지...
아...진짜 숨을 못쉬겠다.
거기다 이어폰에 음악을 얼마나 크게 듣는지 내 귀에 다 들린다.
최신가요만 나온다. 브아걸 아브라머시기도 나오고 카라도 나오고.
어쩌나. 운전 못하는 뚜벅이신세. 더러우면 택시 타던가. 닥치고 가야지.
서교호텔 앞.
내 뒤로 전화통화를 하며 아가씨가 앉았다.
목소리. 졸라 크다.
입에는 걸레를 물었나 말 끝마다 ㅅㅂ 소리가 간간이 섞여서 호호거리며 통화를 한다.
주 통화내용은 동성친구와 요즘 새로 만난 남자 흉보며 재잘거리는 수다다.
아...정말 10분 이상을 통화하더라.
사람들이 힐끔힐끔 쳐다봐도 쌩까는 눈치다. 원래 못생기면 얼굴도 두껍다고들 하던데. 언넘인지 조낸 정확한 넘이다.
어쩌나. 운전 못하는 뚜벅이신세. 더러우면 택시 타던가. 닥치고 가야지.
마음속으로 참을 인을 새기며 묵묵히 버스를 타고 간다.
앞에서 나는 고기냄새.
오른쪽에선 티비소리.
내 왼쪽 옆자리에선 다비도프 향수냄새와 최신가요소리.
뒤에선 미친듯이 전화다 대고 토크쇼하는 그 허스키한 걸진 목소리.
아...진짜 미칠것 같다.
그 때 12회말 박종호가 유격수 땅볼로 아웃되며 무승부 경기 끝. 켁.
디엠비로 소리 뮤팅으로 보다가 핸드폰을 던져버리고 싶더이다.
아...진짜 전후좌우 한방씩 날리고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어쩌나. 운전 못하는 뚜벅이신세. 더러우면 택시 타던가. 닥치고 가야지.
버스를 내리고 휴...한숨을 돌렸다.
잘 참았어.
그러고는 집에 오며 그 4명이 나를 어케 봤을까 생각해 봤다.
'어휴...저 방망이가방 들고 다니는 아저씨 땀냄새에 오징어냄새 작살이야'
하지 않았을까.
누구나에게 퇴근길은 참 힘든 길이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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