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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전형의 문제에 대해 생각해 봤습니다. 전형료 문제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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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15 22:31: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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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전형의 문제에 대해 생각해 봤습니다. 전형료 문제도요. |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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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세 [가입일자 : 2003-11-13] |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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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게시판에 질문글이 아니면 잘 안 쓰는 사람인데 요즘 하도 어처구니가 없고 답답해서 한자 써 봅니다.
전 경기도 모 고등학교에서 고3 담임을 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요즘 수시 모집 철입니다.
이번주를 고비로 웬만한 대학의 수시 접수는 끝이 납니다.
제가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전형 방법과 전형료 문제입니다.
올해부터 수시1학기가 폐지돼서 수시2학기, 정시... 이렇게 두번의 접수 기회가 있습니다.
예전같이 원서 달랑 한장 쓰고 시험 봐서 붙으면 합격, 떨어지면 재수... 이것에 비하면 아이들에게 합격 기회를 많이 주는 점에서 분명 나쁜 제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 보면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올해 수시는 대개의 대학이 2-1, 2-2로 분할 모집을 합니다. 그러니까 작년까지 있었던 수시1학기와 결국은 다르지 않은 것입니다.
더러 2-3까지 있는 대학도 있습니다.
나이 40대 이상의 회원님들께선 대학 경쟁율이 5:1, 10:1이면 엄청 높다고 생각하실 겁니다. 그러나 요즘 수시 경쟁율은 10:1은 양반이고 수십:1의 경쟁율을 보이는 경우도 아주 흔합니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경쟁율 10:1이라면 열명중의 아홉명은 떨어지는 것입니다. 합격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입니다. 보통의 이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응시하면 안되는 수치인 것이죠.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학부모도) 수치에 둔감해져서인지 아무렇지도 않게 응시합니다. 그러다보니 한 아이당 보통 다섯군데, 많게는 열곳 이상의 대학에 원서를 넣게 됩니다.
아이들의 응시의 변은 이렇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떨어질때 떨어지더라도 안 쓰면 후회할것 같아서...
부모님이 쓰라고 하셔서...
모두 전혀 객관적이지 않은 판단입니다.
많은 시간을 들여서 해당 학생의 입시 전략을 짠뒤, 아이와 상의해서 이렇게저렇게 응시하기로 결정했는데, 결국 실제 원서 접수는 위와 같은 이유 때문에 얼토당토않은 대학에 응시하곤 합니다.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요행을 바라거나 주위를 의식하는 행태를 보이곤 하는 것이죠.
이런 것에 편승한 정말 나쁜 대학도 있습니다.
모 대학의 모집 요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이들을 현혹시키는 전형방법이 있습니다.
성적 계산 방법을 교묘하게 해 놓아 상당히 많은 아이들이 만점에 가깝게 점수가 산출되게 합니다. 그러면 판단력이 부족한 아이들은 합격이 가능하겠다고 판단해 덜컥 지원을 하고, 경쟁율은 거의 대부분의 학과가 20:1~30:1에 다다르게 됩니다.
현재의 대학 수시 모집은 아이들에게 합격의 기회를 늘이고 전형 방법을 다각화시킨다는 껍데기만 남고 실제는 전쟁과 다름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제가 담당하는 학급에 3년 동안 전교 1등을 거의 독차지한 아이가 있는데, 내신만 100% 반영하는 서울 중위권 대학에 넣으면 웬만하면 붙어야 하는게 정상입니다. 전과목 등급이 1.4등급, 인문과목만 따지면 1.2등급이 채 안되니까 보험 삼아서 한두곳을 더 넣는다고 감안해도 원서 두세장에 합격돼야 맞습니다. 하지만 위와 같은 상황 때문에 어쩔수없이 일곱장을 쓸수밖에 없었습니다. 담임인 저로서도 불합격에 대한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말릴 수 있는 입장도 못됩니다.
회원님들 모두 수험생의 심정을 잘 아실 겁니다. 객관적으로 합격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해도 기대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응시 폭풍이 벌어지게 되는 현실에서 아이들의 실망감과 낙담은 횟수와 깊이를 더하게 됩니다. 사람들은 긍정적 경험을 통해 삶의 에너지를 얻고 그것이 또다른 모습으로 사회에 건강한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그러나 작금의 대학입시는 아이들에게 절망감만 심어주는 아주 나쁜 제도입니다.
정시에서는 가나다 이렇게 3개군에 각 한번씩만 응시할 수 있어서 다소 낫긴 하지만, 전문대는 그런 제한이 없어서 수십장 쓰는 건 일도 아닙니다. 그리고 전문대는 수시를 2-1, 2-2로 나누는데 이어 정시에서도 정시1차, 정시2차 이렇게 나눕니다.
이번엔 전형료 얘기입니다.
전형료는 대학마다 차이가 있습니다만, 보통 3만원~8만원, 예체능의 경우 10만원을 호가하는 대학도 있습니다.
전 전형료가 이렇게 비싼 이유를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박사급 재원들을 수백명 초빙해서 전형을 하는건지, 전형 기간 야근하는 직원들을 위해 매일 호텔식 뷔페를 제공하는 건지, 전형용 건물을 따로 신축해서 운영하는건지 도대체 알 수가 없습니다.
항간에 '입시 끝나면 건물 하나 짓는다'라는 말이 나도는데, '설마 그러겠냐'라고 반신반의하던 것이 이제는 '그러고도 남겠다'는 생각이 확고해집니다.
예전같이 원서 한장 또는 두장(전기/후기) 쓰던 때라면 가정의 부담이 그리 크지는 않겠습니다만, 요즘같은 현실에선 돈 100만원 없어지기가 순식간입니다.
어제 경기도 K 대학교가 마감했는데, 제가 담당한 아이가 지원한 간호학과의 경쟁율은 153:1입니다. 접수 직전 경쟁율이 100:1이 이미 넘었는데, 앞서 말씀드린 이유 때문에 제 만류에도 결국 접수를 하게 되었습니다.
하도 답답해서 그 학교의 전형료를 계산해 봤습니다.
그 대학의 간호학과 일반전형의 모집인원은 4명이고 지원인원은 612명이었습니다.
전형료가 80,000원이니까 모두 48,960,000원의 전형료가 걷혔습니다.
참 엄청난 돈이죠.
오늘은 모든 집계가 완료되었길래 그 대학 전체 인원으로 계산해 봤습니다.
그 대학 수시2-1의 모집인원은 1,161명이고 지원인원은 19,351명이었습니다.
80,000원씩 계산하니까 모두 1,548,080,000원입니다.
15억원...
물론 학과마다, 또는 전형방법에 따라 80,000원이 넘거나 안될 경우가 있고, 1단계에서 탈락한 아이들에게 차액을 환불해주는 경우도 있으니까 실제로는 다소 적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아무튼 그래도 10억은 넘을 겁니다.
이거 아무리 봐도 정상이 아닙니다. 어떻게 그 대학의 구성원도 아닌, 구성원이 되려고 희망했던 것밖에 없는 아이들에게 그렇게 천문학적인 돈을 거두어들일 수 있는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고도 매년 수업료는 꼬박꼬박 인상합니다. 특히 사립대는 더하죠.
두서없이 쓰다보니 쓸데없이 길어져서 읽으시는 회원님들 시간만 축낸 것 같아 죄송스럽습니다.
아무튼 답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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