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시절 이순철 선수의 통산 타율은 3할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김응룡 전 감독이 해태시절을 토탈해서 기억에 남는 선수를 꼽으라 할 때
김봉연,김종모,선동열,이강철,이종범등과 함께 이순철이 거명되었을 정도로
빠른발과 뛰어난 야구센스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를 더욱 돋보이게 해주는 것은 뛰어난 외야수비였습니다.
경기 중 나머지 외야수2 명이 자기가 잡기 어려운 타구가 날라오면,
연신 순철이형을 부르곤 했고 실제로 이순철 선수가 달려와서 잡아주곤 했다고 합니다.
외야수비수의 덕목으로는
1.타구판단능력(머리 뒤로 넘어가는 정면 타구는 공의 궤적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주로 타구소리를 들고서 판단하거나 자기 모자챙의 라인으로 판단하기도 하죠)
2.순발력(소위 스타트가 빨라야 그만큼 공을 잡을 확률이 높겠죠)
3.좋은 푸드웍과 빠른발(좌우로 가는 타구는 공을 보면서 쫒아 가지만, 머리 뒤로 넘어가는 타구는 공을 등지고 뛰어 가야지 공을 보면서 뒤로 물러나듯이 가지 않습니다...중계시 잘 살펴보면 알 수 있죠)
4.강한 어깨와 좋은 송구자세(외야수의 송구메카니즘은 내야수보다는 투수쪽에 가깝지요)는 주자를 보살시키거나 주자의 베이스를 한 개 정도 묶어 둘 수 있지요.
삼성에는 외야수비 잘하는 30대 야수가 3명 있습니다.
강봉규, 박한이, 김창희
이 세 선수 중 박한이가 가장 발이 빠르고 김창희가 발이 제일 느립니다.
따라서 통념적으로는 수비 범위가 박한이 선수가 가장 넓을 것 같은데
실은 김창희 선수가 한 수 위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 선수는 발은 느리지만 타구판단 능력이나 '딱'소리 듣고 스타트하는 것이 빨라서 어느새 공 근처에 가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흔히들 투수가 투구할 때 수비 잘하는 선수 쪽으로 타구가 가면 쳐다 보지도 않는다고 합니다(그만큼 수비수에 대한 신뢰가 강하다는 것이겠죠).
삼성에는 김창희가 이러한 선수라고 합니다.
재작년 은퇴한 3루수 김한수 선수도 역시 마찬가지였구요.
또한 김창희선수는 심성이 참 순한 선수이기도 합니다(물론 한수와 더불어 담배를 좋아하기도 하고요..덕아웃 바깥에서 담배 피시다 몇번 들키셨지 ~~).
예전에 이승엽선수가 한양대 입학을 앞두고 수능보기 전 입학예정자로서 한양대 캠프에서 대학 선배들과 연습하고 내려오는 길에 입학예정 동기하고 대학선배들의 군기(줄빠따)에 혀를 내두르고 한양대 입학해야되나 마나를 고민했는데, 이때 한양대 선배중 유일하게 빠따를 들지않았던 사람이 김창희였다는 후일담을 한적이 있습니다.
김창희 선수 참 딴딴한 수비(엉덩이 말고)를 한다고 매번 느낍니다.
두산의 임재철 선수에게도 비슷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이런 수비좋은 선수들의 수비기여도도
제대로 평가받았으면 합니다.
좀더 야구가 안착되어진다면 수비수의 수비능력도 적극적으로 평가되어지겠죠.
홀드와 세이브에 대한 인식이 정착됨에 따라
중간과 마무리 투수의 위상에 대해서 제대로 평가할 수 있었듯이.
LG의 심수창 선수 --- 그라운드볼 유도율 1위입니다 --- 이러한 계측수단이 없이 다승과 방어율 등으로만 투수를 평가한다면 심수창선수의 투수로서의 좋은 재능을 간과하고 지나가겠지요.
수비야구도 참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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