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꿈질이라면 정말 진저리나게. 아내에게 욕먹을수 있는만큼 참 많이도 욕들어먹을만큼하며 오디오를 즐겼습니다.
적게는 돈 만원짜리부터 많게는 돈 천짜리까지 돌려쓰며 소리가 주는 쾌감을 삶의 오르가즘으로 여기며 오디오와 소리는 늘 즐거움의 원천이었습니다.
어쩌다나는 작은 시간에 작은 내 방에서 홀로 듣는 음악의 그 무한한 자유는 제게 주어진 그 작은 시간들을 고맙게하는 원동력이었죠.
음식장사를 하며 더욱 더 줄어들은 시간만큼 차츰 오디오는 제게서 멀어져갔습니다.
줄창 시디는 계속 사면서도 사놓고 비닐도 못뜯게 되는 경우가 빈번해졌고 음악이 멀어져가느니만큼 제 삶의 여유도 궁핍해져가더군요.
여차여차해서 쓸만한 오디오 다 팔아버리고 거실 홈씨어터도 정말 엔트리급으로 남겨놓고는...한 때 제방에만 늘어서있던 9조의 세트를 과감히 한조만 남겨두었습니다.
메인이고 서브고 지랄이고(^^) 이거저거 골라 들을 때의 그 노력은 없어졌고 단촐하게 남겨진 한조의 오디오는 어느 순간부터 아..이게 내 오디오구나...하게 느껴졌습니다.
지금 제게 남겨진 오디오는 풍악트릴로와 야마하모니터스피커 이렇게 남아있습니다.
가격대비 초저가 제품들인 인켈2000튜너와 수동턴이나 시디피까지 뭐 있다고 자랑할만한건 아니지만 제일 중요한건 남아있는 기기들은 전부 다 늘 손길이 가는 제 손때가 묻은 기기란겁니다.
마누라와 애첩을 여럿 거느리던 사내가 어느날 조강지처 하나 남은 꼴이랄까요? ㅎㅎ
그런데 웃기는게 말입니다...다해서 돈 100만원 넘어가는 기기조합이 여태껏 제가 써왔던 다른 어떤 조합보다 좋은겁니다.
일단 소리에 불만이 없다보니 장터를 기웃거리지 않게 됩니다.
아무리 좋은 기기가 싸게 나온들 남의 일이 되버리는겁니다^^ 하하
왜 그럴까요?
정말 제 기기가 좋은걸까요, 제 귀가 기기에 에이징이 된걸까요. 아니면 스스로 내게 최고라는 환상에 빠진걸까요.
제가 좋아하는 음반들을 걸어부면 뭐 하나 부족함이 없이 너무 좋습니다.
단단한 저역과 쭉우욱 뽑아주는 고역대. 한걸음 뒤에서 불러주듯 황당한 스테이징감을 주는 음장감 및 정말 진실한 중역대까지.
오늘 하루 쉬면서 두세시간 음악들으며 책 읽다 와싸다하다 하는데 이게 나의 마지막오디오인가 싶습니다...
아. 혹시 이런 황당한 글 보시며 '야, 저시키 이러고 나중에 지 오디오 장터에 올리려고 뽐뿌하는구나' 오해하실까봐 미리 말씀드립니다만 절대 장터에 안올리니 그런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ㅎㅎㅎㅎ
정말 제 귀가 미친걸까요.
앰프랑 스피커랑 다해서 1500정도 시스템 운용할 때 못느꼈던 만족감을 지금 느끼니 말입니다.
오디오, 음악. 참 신기한 존재입니다.
전 어쩌면 이제부터 더 진솔하게 음악을 들을 수 있을듯 합니다^^ 앗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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