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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의 독서편력,그리고 빨갱이 논란]
[2009.08.21 13:41]
[쿠키 문화] “버트란드 러셀과 맹자가 영향을 많이 주었습니다. 종교 분야에서는 테야르 드 샤르댕, 라인홀드 니버 이런 분들입니다. 경제학 면에서는 피터 드러커, 레스터 서로, 군나르 뮈르달 같은 사람들의 책이 유익했습니다. 나는 책을 읽더라도 저자의 의견을 무조건 받아들이진 않습니다. 주체적으로 판단해서 해석하고 내 것으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합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4년 낸 저서 ‘나의 길 나의 사상’ 중 한 대목이다. 한길사의 ‘오늘의 사상신서’ 시리즈 가운데 하나로 발간됐던 이 책에는 계간지 ‘철학과 현실’ 93년 겨울호에 실렸던 김광수 한신대 철학과 교수와의 대담이 전재돼 있다. 감명 깊게 읽은 책을 묻는 김 교수의 질문에 김 전 대통령은 소설을 포함한 다양한 장르에 대한 독서관을 밝힌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번 여름휴가 때 탐독했다고 해 화제가 됐던 라인홀드 니버의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를 언급하는 부분도 있어 눈길을 끈다.
생전에 김 전 대통령은 정치인인 동시에 폭 넓은 사상가이기도 했다. ‘나의 길 나의 사상’에는 당시 강만길 고려대 사학과 교수, 미국의 저명한 국제정치학자 스칼라피노 교수, 정운영 한겨레신문 논설위원 등과의 대담이 실려 있는데 여기서 김 전 대통령은 가히 방대하다고 할 만한 인문·사회과학적 통찰과 전망을 전개한다.
그의 다양한 지적 편력을 알 수 있는 또 다른 저서로는 ‘옥중서신’이 있다. 이른바 내란음모사건으로 수감생활을 하는 동안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 29통을 엮은 책으로, 84년 청사 출판사에서 발행된 초판은 나오자마자 금서가 됐다. 가족들에게 쓴 편지에 “다음 책을 차입해 주세요”라며 적은 도서 목록은 철학, 경제학, 역사, 신학, 문학, 논리학 등을 넓고 깊게 포괄하고 있다.
김 전 대통령 서거 뒤 그의 저서가 온·오프라인 서점가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고인의 사상을 직접 접하고 가늠해 본다면 우리 사회 일각에 아직도 남아있는 ‘상고 출신’ 또는 ‘빨갱이’ 등의 거친 인식이 이제라도 교정될 수 있을까. ‘나의 길 나의 사상’에 나오는 대담 중 한 대목을 다시 읽으며 그가 죽기 직전까지 시달렸던 굴레의 무게를 생각해 본다.
“선생님께서는 정말 용공이 아니십니까?”
“…. 아직도 이런 질문을 받는군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호경 기자 hk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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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지성인, 학자를 본받고 배우는 데 있어,
그의 사상과 학문을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가 어떻게 공부하고, 독서했는지에 주의를 기울여,
그것을 따라하는 것이 좋은 공부 방법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의 사상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아는 데에도
중요한 실마리이지요.
김대중 사상과 정치의 핵심 골자라 할 수 있는,
선비적 문제 의식, 이상과, 상인적 현실 감각의 융화가,
어떠한 바탕 위에서 형성되었는지,
그분의 독서 편력을 통해서도 볼 수 있습니다.
예컨대, 신학 분야에서,
테야르 드 샤르댕 신부는, 우주적인 차원에서 기독교 세계관을 전개한
대표적인 이상주의자라 할 수 있고,
라인홀드 니버는, 사회와 인간 본성에 대한 냉정한 인식을 바탕으로
그의 신학, 사회 사상을 전개하여,
60년대 미국 정치, 사회에 대단한 영향력을 끼친 사회 지도자였습니다.
그런 대조적인 두 분의 사상에 깊이 영향 받고,
그에 터해 자신의 사상과 정치 실천을 전개했다고 하니,
어떻게 독서하고 공부하느냐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김 대통령님의 사례를 통해서 다시금 절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