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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하는 한순간을 못 참고 계속 후회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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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8 20:14: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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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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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하는 한순간을 못 참고 계속 후회하고 있습니다. |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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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길 [가입일자 : 2003-06-26] |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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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가에 처형이 세분 계십니다.
큰 동서의 박봉과 쌍둥이 뒤치닥거리로 힘들게 생활하시다, 거액의 유산을 상속 받으시고 지금은 득도를 하신것 같은 큰 처형.
미혼에 케리어 우먼(?)인 셋째 처형. 다이어트 하신다는 얘기를 13년째 듣습니다만, 13년째 실패만 하고 계십니다. 그래도 아가씨다운 모습이 아직 남아 있지요.
그리고 둘째 처형. 첫 결혼을 실패하시고, 두번째 결혼 생활 중이시지만 순탄치 못한 모습에 생활고도 있고 여러모로 힘들게 생활하고 계셔서 안타까움을 주시는 분입니다.
재혼하시기 전에 저희 집에서 아들과 1년 정도 계셨기에 그 아들에 대한 정도 각별한데, 초혼보다 더 힘들어 보이는 모습이 못내 아쉽고, 모두가 반대했던 그 결혼을 기어이 하신 처형이 못내 마뜩찮고 그렇습니다.
재혼하셔서 본 둘째는 딸인데 재혼과 딸린 아들 때문이었는지 첫째와는 아주 다르게 되바라져서 소황녀가 뭘 말하는지 실감나게 행동합니다. 고작 7살인 가시내가 어찌나 말하는 폼새며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눈에 거슬리는지.. 애비가 미우니 그 새끼도 덩달아 밉더군요.
어쨌든 제 애도 같이 한이불 덥고 잔 사촌 형을 좋아해서 여행이나 휴가, 영화 관람 등 뭔가 이벤트다 싶은건 멀더라도 큰 조카를 항상 데려다 같이 다닙니다. 그러다 장모님 생신겸 동해에 팬션을 하나 셋째 처형이 얻었다길래 큰 조카를 데려가기로 했는데, 둘째를 또 놓고 가자니 둘째 처형이 서러워할것 같더군요.
우겨서 둘째도 데려가기로 큰 처형 식구들에게도 고집을 피웠는데, 그 애를 간수할 엄마가 오지 않을거면 아예 보내지 말라고 큰 동서가 딱 잘라서 전화를 했다는겁니다. 큰동서도 저랑 비슷한 성격이니 되바라진 애 꼴은 못 보니, 오지 말란 얘기죠.
그런데 둘째 처형이 애 둘을 데리고 금요일 밤 저희 집으로 오셨습니다. 넉넉치 못한 형편에 애들 데리고 따로 피서 갈 처지는 못되니, 자존심 다 버리고 우격다짐으로 같이 가자고 오신거죠.
미묘한 분위기 속에 처갓집 4자매 일행 12명이 동해로 출발을 했습니다.
첫날 잘 놀고, 문제의 둘째날.
첫날을 잘 놀았다기 보다는 잘 참아 넘겼다고 봐야 될 정도로, 둘째 처형의 둘째 딸 패악질은 심했습니다. 오냐오냐 하고 싶은대로 해라하고 키운 딸의 언행거지는 목불인견에 가까울 정도. (7살짜리의 언행을 더이상 구체적으로 적진 않겠습니다)
맛있다는 오징어 회를 떠다가 팬션으로 공수를 하고, 조카들 먹는걸 저녁에 지켜 보다가 결국 제가 먼저 사단을 벌이고 말았습니다. 그 가시내 그거 하나 먹는 동안 참 말 많더군요. 엄마는 종이고, 이모들과 이모부들도 종이고.. 수시로 때쓰고, 울고, 성질 부리고, 욕하고, 집어 던지고..
"이런 싸가지 없는 년, 넌 처먹지 마!!" 하고 고함을 질러 버리고 말았죠.
열은 머리 끝까지 치밀어서 눈 앞이 안 보이는 와중에도, 일 저질러 버리고 말았구나 싶었습니다. 처형의 얼굴을 어떻게 보나, 우리 애에게도 정성인 처형인데 싶은 생각과 저 써글것이 어쩌다 처형에게서 나와서 지 엄마를 저렇게 잡나 싶은 미운 맘도 같이.. 더불어 대체 어쩌자고 애를 저 지경으로 키우시는건가, 아무리 상황이 특수하다지만 애를 어떻게 저 지경으로 다 받아주면서 키우시나 싶은 실망감.
결국 그날 밤 늦은 새벽까지 숙소로 못 돌아가고 밖에서 혼자 술만 퍼먹고 말았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한번 더 참을걸, 왜 그랬을까 싶은 마음이 들더군요.
둘째 처형을 볼때마다 어릴때 찢어지게 궁상맞은 살림에 어디 좋은데 누가 가면, 어떻게든 우리를 덤으로 끼워서라도 보내서 뭐라도 보게 해주려고 발버둥이던 어머니 생각이 나서 딴에는 챙긴 것인데.. 그 지경이 되고 보니 후회만 들었습니다.
오늘 종일 밀린 일 처리하면서도 마음 속 한구석이 그 일을 어떻게 풀어야하나 심란합니다. 그때 한번만 더 참고 넘겼으면, 집으로 돌아와서 그냥 고놈의 가시나 참 싸가지 없더라고 뒷담화나 마눌과 하고 말았을 일이 이 지경이 되다니..
하여간 이놈의 욱하는 성질머리는 여러모로 쓸모가 없습니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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