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는 목마름으로 -김지하-
신새벽 뒷골목에
네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내머리는 너를 잊은지 오래..
내발길은 너를 잊은지
너무도 너무도 오래..
오직 한가닥 있어 타는 가슴속 ..
목마름의 기억이...
네이름을 남 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아직 동트지 않은 뒷골목 어딘가..
발자국소리..호르락소리..문두드리는 소리..
외마디 길고 긴 누군가의 비명소리..
신음소리 통곡소리 탄식소리 그속에 내 가슴팍 속에
깊이깊이 새겨지는 네이름위에
네이름의 외로운 눈부심위에
살아오는 삶의 아픔
살아오는 저푸르른 자유의 추억
되살오는 끌려가던 벗들의 피묻은얼굴
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
떨리는..치떨리는 노여움으로
나무판자에 백묵으로 서툰 솜씨로 쓴다..
숨죽여 흐느끼며..
네이름을 남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만세..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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