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소문만 여기저기 나다보니, 불필요한 가욋돈이 제법 들어가는군요.
얼마 전에는 울산에서 패밀리 레스토랑을 개업한 친구녀석이 연락을 해왔습니다.
인테리어 하면서 소개받은 업자에게 몇 백 주고 오디오 시스템을 맡겼는데, 두 달도
안되어 매립형 스피커 소리가 지직거리고 해서 그제서야 제대로 살펴봤더니 독일제
라고 뻥치던 스피커는 메이드 인 코리아 표기가 되어있고, 앰프마저 싸구려 PA용을
(제가 짐작컨대) 갖다 박아서 그야말로 사기에 부실덩어리였던고로....
빡세게 항의한 끝에 돈을 절반정도 돌려받긴 했는데,
대신에 뭘 갖다채워 넣어야 할 지를 모르겠다고 징징거리면서 '중고도 상관없다'
길래, 그럼 100만원 미만선에서 내가 알아서 맞춰주겠다고 하고는 그날부로 다시
장터를 기웃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약 60평 정도 된다는 매장규모와 공간구조를 고려해 스피커는 3조를 생각하고
앰프도 찾았지만, 결국 일단은 두 세트로 운영을 해봐라는 결론을 내리고 적당히
힘 좋고, 외관 나쁘지 않은 220V짜리 (성능에 비해 가격이 싼) 일제 앰프와 보스
301V (앰프는 잘 모르는 녀석이지만, 스피커는 보스를 썼다면 누구라도 좋은 거
썼다고 할테니...)를 운 좋게 한꺼번에 두 세트를 구해서, 포장 제대로 하고
지방에 있는 녀석의 매장까지 보내줬습니다. 물론, 오디오맹(盲)인 그 녀석을
위해 앰프 작동방법이며 스피커 케이블 연결 방법에, 스피커 세팅 위치까지 상세~
하게 표시하고 사진설명을 붙여서 말이죠.....
며칠 뒤에 물건 제대로 받고, 세팅은 잘했냐고 전화를 했더니 (이런 전화를 제가
먼저 해야 합니까? 죽일 넘...), 스피커 3세트도 필요도 없을만큼 소리 빵빵하고
죽~~~인다 어쩌고 하면서 '돈 얼마 들었냐'고 묻는데, 어쩝니까....
'그냥... 개업선물로 생각해라...'고 말아버려야지요....
뭐, 이런 경험 한 두번이 아니죠. 문제는 뭔가 좀 일을 벌이기 시작하면 점점
더 규모가 늘어나니 그게 문제. 전에는 혼자 사시는 고모가 적적하시다길래
집에 있던 서브 세트를 하나 왕창 보내서 세팅까지 완벽하게 해드렸더니, 제 집에서
들으시던 가요 LP가 부러우셨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외관 반짝거리는
(노친네가 나름 눈이 높으시거든요 ^^) 일제 턴테이블에, 포노단 달린 앰프 따로
구입해서 집에 있던 LP 골라가지고 다시 세팅을 해드렸는데....
나중에 가보니 별로 잘 듣지도 않으시는 것 같더군요.
하다못해 LP 먼지닦개까지 갖춰드리고, 돈도 제법 썼는데.... ^^;
지난 주말 강원도에서 전원주택을 꾸며두고 있는 지인 집에 갔다가, 그 훌륭한
공간에 오디오가 없다니 말이되냐며 한 마디 했더니, 카페로 운영하던 전주인이
쓰던 걸 창고에 처박아두고는 있는데 뭘 알아야 해먹지 않겠냐... 하더군요.
또 작업 시작됐지요. 대략 열 덩어리 정도 되는 케케묵은 잡동사니 기기들
모조리 꺼내 살았나 죽었나 일일이 확인하고, 스피커선 대용으로 벽에 묻혀있던
전기선 뜯어다가 겨우 앰프에 튜너 연결시켜 줬더니 (FM방송 딱 하나 잡히더군요)
주인장 입이 헤벌레 해서 '절간같던 집에 음악이 울려퍼지네 뭐네..' 하면서도...
제가 이런저런 얘기하던건 마음에 담아뒀던지 CDP가 어쩌구.. 타령을 하더군요.
마지못해 하나 알아봐 주겠다고 약속은 했으니 그냥 입 닦고 있을 수는 없겠고...
전체적인 고물 오디오 상황에 맞춰 싸구려 CDP라도 하나 보내줘야겠다 싶어서
적당한 놈 하나 골라서 방금 구입했습니다.
여기에다 집에 굴러다니는 적당한 RCA 케이블에 스피커 막선 더하고, 자세한
설명서 그려가지고 함께 택배로 보낼 생각하니...
......... 이거 지금 뭐 하는 짓인지 싶으네요.
아무튼, 남의 집에 가면 우선 오디오부터 살펴봅니다. 좋은 시스템이면
좋은대로 입을 헤벌레 하고 만져보고, 나름 좋았던 시스템이 험하게 방치되어
있으면 그게 안타까워서 손봐 주게되고, 없으면 없는대로 오디오 나부랭이 취미
가진 사람 왔다고 이것 저것 하소연이나 주문을 그냥 귓등으로 넘겨버리지
못하니... 오디오질이란게 그저 머슴 노릇하기 딱이다 싶습니다.
한 마디로 '아는게 병이다'입니다.
여기 계신 횐님들도 이런 경험 한 둘이 아니실 것 같습니다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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