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호 기자의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에서 인용했습니다. 다른 내용도 모두 주옥같지만 이부분은 한번 더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아 인용해 봅니다.
정치학 교과서를 써보시고 싶다고 인터뷰하셨는데, 좋은 책을 쓰셨을 것 같아 마음이 아프군요.
페이지 252쪽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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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보수는 뭐고 진보는 뭐냐? 보수는 이런 겁니다. '세상은 강자가 지배하는 거야, 무슨 소리들 하고 있어.' 보수를 복잡하게 생각할 거 없습니다. 모든 보수는 우수한 사람, 잘난 사람, 힘센 사람이 세상을 지배하는 것이라 믿습니다. 그들은 말합니다. 똑똑하지 못한 사람, 성공하지 못한 사람, 힘없는 사람은 시키는 대로 말 잘 듣고 있어라, 그러면 되는데 왜 자꾸 시끄럽게 구느냐.
신자유주의든 구자유주의든 다 덮어놓고 보수의 핵심은 그겁니다. 성공한 사람이 주도해간다, 맡겨라, 통째로 맡겨라.
그럼 진보는 뭔가? 진보는 '그게 아니올시다.'입니다. 진보는 보수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그런 게 아니고요, 그건 기회를 평등하게 해주고 모두에게 같은 기회를 주면 우리도 다 잘할 수 있습니다. 무슨 소리 하십니까.' 권력도 나누고 지혜도 나누고 평등을 지향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강자에게 맡겨라.' 이 말은 보수가 지배력을 유지하겠다는 것이고, 진보는 이렇게 말하는 거지요. '지배하지 말고 합의해서 합시다.'
그래서 역사적으로 보면, 보수 세력에는 반드시 적의 개념이 있죠. 적의 개념이 매우 강합니다. 진보 세력도 적의 개념이 있는데, 그 적의 개념이 내부에 있어요, 외부에 있지 않고, 보수 세력에게 적의 개념은 항상 외부에 있습니다. 그래서 그 사회의 보수 세력이 대부분 적대적인 노선을 많이 취합니다. 강경 노선, 적대 노선, 반면 평화 공존은 진보쪽에서 많이 주장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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