秦의 시황제의 아들은 허약한 군주였지요.
늙은 승상 조고는, 그 허약하고 무능한 군주 위에 올라서서,
자신이 황제인 양, 국정을 농단하고, 권력을 좌지우지했습니다.
어느 날, 조고는, 사슴 한 마리를 잡아다가,
황제와 백관들 앞에 갖다놓고, 폐하, 말이옵니다,
라 했습니다.
황제는, 허허, 승상, 이것이 사슴이지 어찌 말이오,
그러나 조고는, 아니, 폐하, 사슴이라니요, 말이옵니다,
이 뾰족하고 잘 생긴 귀, 늠름하고 튼튼한 다리와 발굽,
이것이 말이지, 어찌 사슴이옵니까,
폐하, 말이옵니다, 받으시옵소서,
라 하면서,
이보시오, 문무백관들, 이것이, 말이오, 사슴이오?
라 호령하니,
어느 한 신하도 감히 나서서 이것은 사슴이지 말이 아닙니다라고
말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조고는 신하들과 황제 앞에서 미친 듯이 껄껄 웃었고,
황제는, 정신이 혼미하고 덜덜 떨려 아무 말도 못 했으며,
그 이후 더욱 심신이 허약해져 무력하게 왕위를 지키다가
결국 조고의 손에 죽임당하고 말았다고 합니다.
광화문 앞에 '광장'(??)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광장 만들기를 이렇게 좋아하는 자들도 처음 보며,
광장을 만들되, 광장같지 않게 만드는 이런 이상한 자들도 처음 보며,
만들고 나서, 꽁꽁 틀어막기는 더더욱 좋아하는 희한한 놈들은
도대체 살다살다 처음 봅니다.
유럽 절대 왕정 시절의 왕궁 정원들을 보면,
쫙 넓은 터에 온갖 꽃과 나무로 질서정연하고 아름답게 단장해 놓았습니다.
말 그대로 정원이지요.
넓은 터는 열린 마당의 의미가 아닌, 제왕의 권력을 상징하며,
그 꽃단장은 권력과 부의 과시였습니다.
다리 네 개에, 귀가 쫑긋하고 뾰족하고, 발굽이 달렸다고,
사슴을 말이라 부르지 않듯이,
정원을 두고, 터가 넓다고 광장이라 부르지는 않습니다.
'廣場'이란, 넓은 마당, 즉, 열린 마당이라는 뜻 아니겠습니까.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부터, 도시의 광장이란 그런 것이었습니다.
지척에 광장이 있는데 또 만들 정도로 광장 만들기에 환장한 자들은
세계에 전무후무할 것이며,
울긋불긋 꽃대궐 정원을 차려놓고, 시민들에게,
자, 광장입니다, 여기서 마음껏 즐기십시오,
라고 혹세무민하고, 자신들의 치적과 권력을 시위하듯 하는 자들도
명색이 선진국 반열에 든다는 나라들 중에는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더 한심한 노릇은,
지금 상당수의 군중들은, 사슴을 두고 말이라 한다고 해서
그걸 진짜 말인 줄로 받아들이고 있지 않냐는 것입니다.
그 옛날 지록위마의 고사 당시보다 훨씬 더 한심한 수준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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