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길이라 가고 싶지만 가지 못했던 '외도'를, WIFE의 강한 의지덕분에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외도가 거제도 아래 있는 줄도 몰랐다는...^^;)
서울에서 거제를 거쳐 외도까지의 길... 무척이 먼 길이지만, 상당히 많은 분들이,
아니 단 한명의 예외도 없이 모두 극찬을 했던 '외도'이기에 그 기대는 엄청났습니다.
그런데... 한참 운전 중, 카메라 가방을 차 트렁크에 넣은 기억이 전혀... 이런,
아무래도 차에 짐을 싣다가 흘린 듯. 그래도 똑딱이가 있으니 위안은 되지만,
외도를 똑딱이로 간다? 이런 낭패가... 가다가 경비실에 연락하고 난리 한바탕.
(결국 나중에 집안에서 발견되었습니다 ^^;)
내려가는 길에 많은 돈을 정부에 넘겨주는 과정을 거치며(?) 거제도에 도착...
외도는 시간상으로 당일 보기 어려워 첫날은 일단 거제도 여행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갈 곳이 없더군요. 뭔가 지도상에는 많은 곳이 있는데...
거제의 아름다움을 보러간 것인데, 그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 별로...
포로 수용소 공원, 조각 공원 등을 보러 거제를 간 것은 아니기에...
해안도로는 어느 분 표현처럼, '숨막힌다'하였는데, 저는... 글쎄요.
이미 제주를 다녀와서 최소한 그 이상이 되었어야 감탄을 했을까요?
이국적인 모습... 안보이는 것은 아니나, 제주에 갔을때 가슴이 터질듯했던
그 느낌...에 비해 너무도 약했습니다... 몽돌 해수욕장의 몽돌에 의해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 이것은 좀 마음에 들긴 했습니다만...
일단, 이번 여행에는 먹는 코스가 있었기에 일단 그 유명한 해물뚝배기집으로 GO!
가격도 좀 센것으로 시켰습니다. 실로 엄청난 양의 해물탕이 나오더군요. 그런데,
아니 이런 싸구려틱한 저의 입맛이란.
방송에도 상당히 많이 나왔고, 많은 블로그에서 극찬하고, 그곳에 앉아계신 많은
분들이 무섭게 드시는데, 제 입맛에는... 비린 맛도 강하고 국물도 흐리멍텅하고...
해물이라면 정신못차리는 저였는데, 이런... 저희 가족도 안먹어 어떻게든
저 혼자라도 다 먹어보려 하였으나 결국 포기하고 말았네요. T_T
좀 허탈함을 뒤로 하고, 잠잘 곳을 찾는데 이 또한 쉽지 않습니다.
결국 장승포를 떠나 해금강 선착장의 해금강 호텔에 갔으나 방이 없어 별관으로...
와, 그래도 이름이 호텔인데, 세숫대야로 세수를 하였다는...
호텔 식당. 그냥 일반 동네 어귀 식당과 같은 수준입니다. 반찬 더 달랬더니
뻔히 통에 반찬이 보이는데 없다고 안주더군요. 이 식당 쥔, 곧 재벌될 듯...
음식찌꺼기가 붙어있지 않은 수저를 찾느라 너무 힘들고...
어쨋거나 외도 여행 시작.
외도의 느낌. 아, 이런. 외도조차 마음에 차지 않는 저는 열대 우림으로
가야하는 것인지, 다시는 여행을 다니지 말아야하는 것인지...
WIFE는 저에게, 섬을 꾸미신 분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하는데...으음.
외도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었나봅니다. 이곳을 돌면서 느낀 것,
평강 식물원이 오히려 더 낫지 않았나... 내가 이미 너무 많은 것을 본 것일까.
다양한 선인장을 본 것에 대해 위안을 삼으며 다시 거제로 복귀.
마지막으로 여행지로 바람의 언덕을 방문. 드라마에 나온 곳이라는데
드라마를 안보다보니 전혀 모르는 상태로 가보았습니다. 이 곳...
주차장이 없습니다. 여행객들은 왕복 2차선 도로중 한쪽에 그냥 줄지어 섭니다.
교통은 마비되고, 견인차는 견인하고, 완전 아수라장...
들어가는 길은 중간에 진흑탕이 있어 블럭 깨진 것을 밟고 넘어가다 발 빠지고...
거제시는 관광지 관리를 거의 포기한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여기 여행객은 어짜피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인지.
바람의 언덕 자체는 아이가 너무 좋아하였습니다. 그나마 얼마나 다행이던지!
몇군데 더 가보고 마지막으로 유명한 비포장도로를 지나 복귀하기로 하였습니다.
비포장 도로, 짜릿한 손 맛, 발 맛이 느껴진다는 곳인데... 아, 이 투덜이는
이 또한 양에 안찹니다. 춘천 근처 오프로드에서 장난을 쳐봐서인지, 이 또한...
결국 그 멋진 곳을 다녀와서 느낀 점. 난 돼지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밤에 숙박업소 찾으러 다니느라 가로등없는 산길을
돌아다닌 것. 정말 한밤중의 산길은 차가 거의 없고, 길도 안보이고,
보이는 것은 라이트에 반사되는 노랗고 하얀 차선 반사판 뿐. 이건 거의
게임에서나 느껴볼 수 있는 짜릿함이더군요. 그란투리스모 + 이니셜디에서나
느낄 수 있는 재미의 현실 버전이랄까.
사람마다 입맛, 눈맛이 참으로 다른 것 같습니다.
이번 여행을 통해, 저의 기준에 많은 문제가 있음을 느꼈습니다.
평범하지도 않고, 기대치도 너무 높고, 저의 기준이 평균 또는 상위라는
오판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에 많은 혼란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좀 보정의 기간을 좀 가지고자 합니다.
PS. '외도'와 '거제도'가 별볼 것 없다는 글이 아니라, 제목처럼,
같은 아름다움을 보면서도 저처럼 그것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는 글이니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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