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심위 '무한도전' 길들이기?



'방송언어 59회 위반' 지적에 네티즌 "정부비판 때문"



< 무한도전 > 이 '막말 방송'?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송심위)는 28일 MBC 예능 프로그램 < 무한도전 > (연출 김태호)이 총 59회(언어 37회, 자막 22회) 방송 언어를 위반했다고 조사 결과를 밝혔다. 하지만 방송심위가 제시한 예시 중에는 지적 사항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항목들이 있어 일부 네티즌의 원성을 사고 있다.





방송심위는 '야~' '멍청아~' '돼지 뚱보' '늙은 사기꾼' 등이 비속어 내지 인신공격성 별칭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 방송 관계자는 " < 무한도전 > 의 전체적 흐름을 보지 않고 단어만 떼놓고 판단하는 좁은 안목이다. 이렇게 따진다면 드라마 속 대사 역시 모두 제지 대상이다"고 꼬집었다.



방송심위는 < 무한도전 > 멤버들의 별명도 문제 삼았다. '뚱땡이' '바보 형' '찮은이 형' '돌+I', '찌롱이' '항돈이' 등을 두고 "언어파괴적, 인신공격성 별칭이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그 내용이 자막을 통해 다시 강조됨"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별명 사용은 < 무한도전 > 이 3년 넘게 방송되며 한 차례도 지적받지 않은 부분이다. 인신공격적 효과보다는 하나의 고유명사처럼 쓰이며 < 무한도전 > 의 캐릭터를 강조하는 역할을 한다. 한 네티즌은 "문제가 있었다면 일찌감치 징계를 내렸어야 하지 않겠나. '1박2일'에서 강호동을 '돼랑이(돼지+호랑이)'라 부르고, '패밀리가 떴다'에서 김종국의 이름을 '김국종'으로 바꿔 부르는 것은 언어파괴가 아닌가? < 무한도전 > 에 유독 날카로운 잣대를 들이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의견을 밝혔다.



위반 건수 '59회'라는 숫자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출연자의 입을 통해 발설된 단어가 자막으로 동시에 쓰였다고 해서 '언어 1회, 자막 1회' 위반으로 삼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방송심위 관계자는 "6월 한 달간 누적된 결과라 수치가 높게 나왔다. 일상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단어는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59회'를 기록한 자료 요구에 대해서는 "내부 자료라서 공개할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일각에서는 현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자막을 사용한 < 무한도전 > 에 대한 '길들이기'라는 목소리도 있다. 최근 친정부 성향의 뉴라이트전국연합은 " < 무한도전 > 이 시청률과 인기를 이용해 현 정부를 비난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만화를 연재한 이후 이 같은 언어 위반 사례가 공개된 탓이다.



방송심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한 비판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이번 조사와는 상관없다. 방송 언어 파괴가 워낙 만연돼 있어 계도 차원에서 실시한 조사다. 문제가 있다는 것을 제기한 것일 뿐, 실질적인 제재를 가한 것은 아니다"고 부인했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방송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표준어를 쓰는 게 원칙이다. 요즘 방송 프로그램의 언어 파괴가 문제가 있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