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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감상] 은하영웅전설을 보고나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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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29 13:58: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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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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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감상] 은하영웅전설을 보고나서.. |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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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재현 [가입일자 : 2005-07-22] |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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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를 좋아하진 않습니다. 제 추억의 애니로는 에어리어88, 마크로스tv판 딱 두개
큰 맘 먹고 <은하영웅전설> 장편 애니를 보았습니다.
은하영웅전설은 자유행성동맹과 은하제국이라는 두 성계사이의 대립을 다룬 SF애니입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원작이 1992년 타나카 요시키의 소설 <은하영웅전설>이 10권(외전 4권)이 있더군요. 간단한 줄거리는 인간이 지구를 벗어나 우주에 첫 발을 내딧고 그 후 은하제국이 생깁니다. 이 은하제국은 절대 군주제를 지배체제로 하였고 시간이 지나 민주주의를 주장하는 반발 세력이 독립하여 자유행성동맹을 만듭니다. 군주제의 은하제국과 자유 민주주의의 자유행성동맹, 이 두 체제를 대표하는 주인공들이 바로 라인하르트와 양웬리입니다.
라인하르트는 가난한 귀족 출신으로 어린 시절, 자신의 누나(안네로제)가 황제의 후궁으로 팔려갑니다. 그 후 그는 자신의 누나를 되찿기 위해 군인이 됩니다. 천재적인 전략가, 우수한 참모들과 함께 전투에서 승승장구합니다. 야심차게 권력을 위해 한계단씩 오르면서 그의 야망은 부패한 귀족 관료들을 무너뜨리고 마침내 스스로 카이저(황제)로 등극합니다.
은하제국에 라인하르트가 있다면 자유행성동맹에는 양웬리가 있습니다. 양웬리는 가난한 환경에 자라 군입대를 하면 자신이 공부하고 싶어하는 역사학을 공짜로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을 살려 군입대를 합니다. 사실 그의 성격은 군대와는 전혀 맞지 않습니다. 어지럽게 옷가지가 널려있는 집안에 청소하기 싫어하고 아침에 늦잠자고 약속은 잊어먹기 일쑤고..절도와 형식을 중요시하는 군인의 면모는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기막힌 비상한 전술과 천재적 지략은 은하제국 대함대의 공격, 일촉즉발의 위기에서 매번 구해냅니다. 인적자원이나 물적 측면에서 절대적 열세인 자유행성동맹은 오로지 양웬리 한 사람으로 인해 위기에서 벗어나고 그 공적으로 원수의 지위까지 오릅니다.
라인하르트, 양웬리 -둘의 공통점은 자신은 안전한 곳에서 명령만 내리고 아랫 사람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을 무지 싫어한다는 점입니다. 라인하르트는 어릴 적 누나를 구하기 위해 그의 친구 키르히아이스와 함께 황궁으로 침입했다가 귀족들의 호화스런 연회를 목격합니다. 제국의 병사들은 언제 죽을 지 모르는 전투 현장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데 귀족들은 언제나 자신들은 물론 자손만대로 귀족의 지위를 세습하고 군대도 가지않으며 방탕한 삶, 황제는 몇십명의 후궁들을 누리고 타락하고 무능하기 그지없는 현실, 이런 위화감 속에 자신이 권력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가 권력을 가지자 귀족이 누리던 특권을 몰수하고 귀족이라도 범죄를 저지르면 단호하게 처벌하고 세제도 개편하여 제국 백성들의 민심을 얻습니다. 양웬리는 군대라는 수직적 조직에 있으면서도 수평적 문화를 중요시하는 인물입니다. 그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되는 편법을 싫어하고 끝까지 이를 지킬려고 합니다. 양웬리는 민주주의의 지지자이면서도 민주주의 체제의 단점을 잘 파악하고 있습니다. 자유행성동맹의 선거에 의해 뽑힌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이익(선거와 재집권)을 위해 시민들에게 "애국"이라는 명목으로 무모한 전쟁에 젊은이들을 총알받이로 내모는 결정을 합니다. 양웬리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희생을 강요하며 자신은 안전한 곳에서 명령만 내리고 부하를 죽음으로 내모는 정치인들을 싫어했습니다. 이런 타락한 민주주의의 현실 앞에 좌절하지만 그는 끝끝내 자신이 군대를 움직여 혁명을 일으키고 개혁을 하는 데는 반대합니다. 민의를 반영하지 않는 정치인들의 부패하고 타락한 민주주의, 과감한 개혁을 통해 백성의 지지를 받는 군주제, 그럼에도 양웬리는 자신은 민주주의 최후의 지지자임을 애니를 보면서 느낄 수 있습니다. 한가지 재밌는 것은 정치인과 결탁해서 그들의 잘못된 애국심을 선동하는 역할을 "우국지사단"이 등장합니다. 이 우국지사단은 정부에 반대되는 의견을 말하는 개인이나 시민단체를 습격해서 테러를 일삼고 정치인들의 애국 캠페인에 동원됩니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하게 애국기동단이나 군복입은 가스통 부대원들이 있죠. 이 애니를 보면서 어쩌면 한국의 지금 상황과 너무도 흡사한 면을 볼수 있었습니다.)
라인하르트, 양웬리 이 둘은 서로의 천재적 능력과 황제, 군 원수라는 최고 지위에 있지만 솔선수범해서 최전선에 나서서 지휘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지로 인해 체제가 다른, 굴복시켜야 할 적임에도 불구하고 서로에 대한 존경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말 이 부분의 뛰어난 묘사에 대해 작가에게 칭찬을 안 할수가 없습니다.)
자유행성동맹은 내부의 분열, 나라를 팔아넘긴 정치가로 인해 은하제국에게 무너지게 되고 우주의 패권은 은하제국이 쥐게 되지만 결말을 보면 꼭 그렇지 않습니다. 뭔가 여운이 남더군요. 은하영웅전설 이 애니 110편 장편을 닷새만에 다 보고 나니 작가에 대한 경외심이 들더군요. 양웬리 vs. 라인하르트 두 인물을 통해 민주주의 vs. 군주제 역사, 인간에 대한 통찰, 뭐 종합선물세트를 받은 느낌입니다. 시간이 나면 원작 소설도 구해 읽어 볼 예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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