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집수리 때문에 이래저래 돈이 많이 들어갑니다.



물건을 살 때에도 마찬가지지만, 이렇게 목돈 들이는 공사나 잘 모르는 분야에 돈 들이게 될 때에는 늘 가격의 진실성을 의심하게 됩니다.



동네 집수리 가게에서 어딘가 손을 볼 때에는 어떤 자재가 얼마나 어떻게 들어가며 단가는 얼마이고 공임은 얼마인지 전혀 알 수 없고 사이즈조차 재보지 않고 대충 뭉뚱그려 후려치는 관행이 너무나 만연합니다.



이번에 집수리를 하면서 와싸다회원이신 김명건님의 도움으로 좋은 분을 소개받아 공사를 했습니다. 어떤 자재가 얼만큼 들어가며, 공임은 얼마인지 견적서를 작성해주셨고 시작부터 끝까지 세세한 부분하나 대충 넘어가지 않고 시공하며 뒷정리와 청소까지 마무리하는 모습에서 양심과 성실함을 느꼈습니다. 자신의 분야가 아닌 곳은 그 분야의 전문가를 소개해주시고 직접 부탁을 해주셨습니다. 김명건님께 한줄기 빛과 같은 은혜를 입었습니다.



바닥 공사를 끝내고 보일러 난방으로 콘크리트 양생을 하려하니 보일러가 또 말썽입니다. 순환펌프가 돌지 않길래 뜯어서 케이크 뿌리고 모터 돌려보고 이래 저래 해보다가 경동보일러 센터에서 A/S를 불렀습니다. 배관 이음부분을 스텐으로 하지 않고 주철로 이어놓은 부분이 있어 녹이 보일러 안으로 순환하면서 순환펌프와 배관을 망가뜨려 놓았더군요. 배관청소와 스텐이음부 교체 10만원 + 순환펌프 8만원 + 삼방기 7만원 = 25만원을 부르더군요. 그 돈 들여 고칠거면 새 걸로 갈겠네 새 건 얼마됩니까? 했더니 52만원이랍니다.



5분만 생각해볼게요, 하고 인터넷 검색하니 최저가 33만원입니다. 설치비 포함해도 43만원 안쪽이겠더군요. 경동보일러 본사에 전화했습니다. 센터나 대리점 가격이 자율제냐 물어보니 본사가격이 정해져있긴 하지만 사실 자율제랍니다. 그럼 본사 단가가 얼마냐 물어보니 59만원이랍니다 -_-; 그냥 센터에서 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물건을 살 때에도 몇 번 고심하여 가격비교를 하는 편입니다. 신혼집 차리면서 살림살이 가전제품 모두 인터넷 본사직배송으로 구입했습니다. 혼수일괄은 오프라인이 싸다는 말을 듣고 많이 돌아다녀봤는데 아무래도 인터넷 각개가 훨씬 쌌습니다.



며칠 전 핀란드로 유학갔던 친구가 돌아왔습니다. 그들의 경제관념은 늘 이 나라의 잘못된 경제관념에 회한을 느끼게 합니다. 요즘은 대형마트에서도 g당, ℓ당 가격이 표기되지만 핀란드에서는 거의 모든 물건에 그런식으로 정직한 가격이 표기되고 지불한 가격에 대한 의심 같은 건 아예 없다고 합니다.



물론 구매자에게도 문제는 있습니다. 무조건 싼 것을 찾는 소비심리도 옳지 못하겠지요. 특히 판매자나 제조자의 노하우 혹은 창의력과 같은 부분에 대한 가치 평가는 인색하기 짝이 없습니다. 작은 부분에서는 비디오대여점이나 도서대여점에 연체료 내는 것을 억울하게 생각하는 성향도 있습니다.



제조자와 판매자, 소비자가 모두 가격의 진실을 공유하고 그 진실성을 의심하지 않는 거래의 미덕이 언제나 정착될까요. 제조자는 늘 마진에 고민하고 소비자는 늘 의심의 스트레스를 받는 힘겨운 시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