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다보니 문득 드는 생각이 있네요...

이런 주제입니다.

"절이 더러워져 중이 떠난 후 그 절은 어떻게 될까?"



어제 올라왔던(예전에 본 거지만) 한겨레 신문 탄생사와도 관계됩니다.

(못 보신분 자자 참조)



모든 역사적 상황 속에 다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아주 많은 케이스에서....

어떤 단체나 공동체에서 큰 알력 다툼이 생겨,

그 중에 한 그룹이 빠져버리게 되면,

그로 인해 사상의 왜곡, 혹은 한쪽으로의 쏠림이 일어나게 됩니다.



그것이 선/악의 문제일 때는 이 현상은 매우 심각한 상황을 낳죠

무슨 말인고 하면,

부패그룹과 청정그룹이 대부분의 그룹 안에는 공존하고 있는데,

두 그룹이 맞부딪혀 싸우다가,

그 중 한 쪽 그룹이 "더러워서" 거기를 떠나면(대개의 경우 선이 더러워서 떠나죠)

남아 있는 공동체는

급속도로 한쪽 사상으로의 쏠림이 일어나게 됩니다.

당연하겠죠? 그런 사상을 주장하던 사람들이 몽창 빠지게 되니.....



결국, 그러면 원래 맞서 싸우던 사람들의 의중과는 전혀 다른 현실이 탄생하게 됩니다.

쉬운 예로 동아일보 들어보면 되겠네요.

만약 해직기자들이 현재까지 남아 있으면서 동아일보 안에서

'선'을 말하는 알력집단으로 남아 있었다면,

동아일보는 지금같이 '조중동' 안에 드는 더러운 신문이 되지 않았겠죠

결국.........

지금의 동아일보는 타의에 의해서긴 하지만,

선의 그룹들이 동아일보 안에서 모조리 제거되었기 때문에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중이, 절이 더럽다고해서 절을 떠나면,

그 절은 급속도로 더 더러워집니다.



현실 상황에

무조건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이런 예가 사회 안에 대단히 많습니다.

선을 주장하던 사람들이 그 그룹 안에 남아 있기 때문에 유지되던,

선/악 간의 밸런스가,

선을 주장하던 사람들이 빠져 버리게 되면,

하루 아침에 단박 무너지게 되는 것입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는 말은

중의 청정함을 강조해 보여주기도 하지만,

만약 떠난 그 중이

"진짜 절을 짓는 방식"으로 기존의 절에 대항하지 못한다면,

결국 그 떠남은

절을 모조리 적의 세력에게 넘겨주는 것 밖에

되지 못합니다.

그나마 민주를 지키겠다는 사람들이

끝까지 싸워야 하는 이유가 그것이고,

유시민이나 한명숙같은 사람들이,

국민들을 위해서 여전히 끝까지 남아 싸워 주기를 바라는 이유도 그것입니다.



더러운 절이지만,

그 절에 전 국민의 목숨줄이 매여 있지요

정말 이 나라를 뜨고 싶지만, 90프로가 넘는 사람은 살기 싫어도 어쩔 수 없이 여기서 죽을 때까지 살아야 합니다.

진짜 중들이 다 떠나버리면,

그냥 절 비유에서는 절간을 태워버리면 그만이지만,

절이 이 나라일때는,

거기에 수천만명의 국민들이 살고 있습니다.

중이 절을 떠나면 안됩니다.

절간이 더러운 놈들의 손아귀에 완전히 장악되게 됩니다.

중은 끝까지 절에 남아 있어야 합니다.



정 나가고 싶다면,

더 멋진 절을 지어서,

더러운 절을 뿌리채 뽑아버릴 수 있는 대안으로 나타나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