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가 재미있는 말을 했네요.
민주당 의원들의 의원직 사퇴는, 정치적 문제로 간주하고, 수리하지 않겠다.
국회의원은 정치를 하는 직무이니,
국회의원이 행하는 직무에 관한 일들은, 정치로 분류할 수 있겠지요.
더욱이, 그 직무의 진퇴를 선택하는 것은, 더더욱 정치적 문제일진대,
"정치적 문제"로 "간주"해서, 무시하겠다고 합니다.
이건, 국회의장 입에서 나올 말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에는, 정치란 다 똑같고, 위선, 도둑질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데,
'정치'의 사전적, 학문적 의미가 그런 게 아니지요.
좋은 정치가 있으면 나쁜 정치도 있는 거고,
다른 사람들이 얽히고 설켜 사는 세상이니, 정치란 필수적인 건데,
그냥, 막무가내로,
정치는 나쁜 것이라고 폄하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논리에 약하고, 토론이 안 되며,
자기 주장이 확실하지 않은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어 하나하나의 개념 자체를 간과합니다.
엄밀한 의미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고,
평소 자신이 갖고 있던 선입견에 젖어 판단하고 생각하곤 합니다.
그 선입견에 대한 자의식, 자기 성찰 등도 박약하고)
이러한 군중들의 통속적인 의식을 자극, 선동하여
이명박이 대통령이 된 것입니다.
정치가 밥먹여주냐, 그딴 거 필요 없다, 경제만 살리면 되지,
그래서, 이명박은, 대선 시절에,
나는 정치가 싫다, 정치를 혐오한다라는 말을
공공연하게 내뱉고 다녔던 것이고,
그것이 대중들에게 먹혔던 것입니다.
선출직 공직자의 수준은 그 유권자들, 사회의 수준을 넘을 수 없다는 금언이
그대로 맞아떨어진 것이지요.
그런데, 오늘, 국회의장이라는 자의 입에서조차,
예의 해괴한 말이 나왔습니다.
"정치적 문제로 간주하고 수리하지 않겠다"
- 여기에서, "정치"란, 우리 사회 대중들에게 편만한,
폄하된 통속적 의미로서의 정치인 것 같은데,
정치의 전당인 국회의 의장이, '정치'라는 단어를
이렇게 구사해서는 안 되지요.
하긴, 김형오는, 이명박을 두목으로 모시고 있으니,
두목의 뜻을 받들어, 자신도 정치를 혐오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친일파와 자유당, 공화당, 민정당의 후예들은
정치 자체를 혐오하고 부정하고 싶을 겁니다.
오로지 통치하고 군림해야만 한다, 그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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