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 때 쯤,
시골 작은 교회에서 전도사 생활을 하던 때였습니다,
시골의 특성상 노인분들의 비율이 가장 높지만,
그 곳은 특이하게도 3~40대 젊은층이 꽤 많은 곳이었죠,
386세대라고 해서, 8~90년대 한창 민주화를 위해 싸웠던 청년들이,
소위 자연주의라는 기치 아래,자신의 아이들은 좀 더 자연에 가깝게 키우겠다는 생각으로 많이들 내려와 있었습니다,
어느 날인가,
제가 가르치던 한 학생의 어머니가 저를 찾아오셨습니다,
갓 스무 살이 된 자신의 딸이 촛불시위니 뭐니 하는데에 자꾸 나갈려고 한다고,
한창 공부해야될 나이인데, 전도사님이 좀 말려달라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제가, '어머니도 그 나이 때는 한창 싸우러 다니셨던 걸로 아는데, 따님은 말리시려구요' 하고 물었습니다,
잠깐 멈칫 하시더니, 그 때는 그 때고, 지금은 시절이 너무 다르다고 하시더군요,
죽음의 굿판을 집어치우라는 글을 조선일보에서 실으면서, 단번에 '자연주의자'가 됐던 김지하가 한명은 아니었던 것이죠, 아니, 실상 대부분의 청년들은 투쟁보다는 김지하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제가 학번으로 따지면 02학번인데,
02학번이면 선배들에 이끌려 데모를 나가는 것도, 동아리 방에 모여서 시대를 논하는 것도 배운 적이 없는 딱 그 시점의 세대입니다,
간혹 수배 중이라고 학교에서 숙식하던 99학번 선배들을 본 적은 있지만, 아무도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 왜 저러고 있는지 가르쳐 준 적이 없었습니다,
배운 것이 없으니 가르쳐 줄 것도 없었습니다,
그저 배운 예수의 가르침에 따라서 마음 맞는 친구들, 선후배들 손잡고 대추리로, 재개발 단지들로, 혹은 세습하는 교회들로 가서 울고 맞고 쫓겨났을 뿐입니다,
예수의 가르침을 연구해야한다는 교실을 떠나서,
예수가 있을 법한 곳을 찾아서 여기저기 다녔을 뿐입니다,
그러나 아무도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맞을 때는 때리는 이들을 미워하지 않기 위해서 울었고,
외면당할 때는 안타까움 때문에 울었을 뿐입니다,
대한민국의 20대는 안드로메다에서 온 사람들이라,
개념이 없고, 나라를 걱정하지 않고, 자신들의 삶만 생각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이 사회가 그들을 그렇게 만든 것일까요,
혹 이 사회가 그들을 길러냈다면, 이 사회는 누가 만든 것일까요,
누구를 원망하거나,
혹은 누군가의 탓이라고 말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20대, 대학생들을 향한 분노와 좌절감들이,
사실은 우리 스스로를 향한 것이어야 하지 않은가,
묻고 싶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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