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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을 고문하던 한국인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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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19 22:26: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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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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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을 고문하던 한국인들.. |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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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가입일자 : ] |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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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버지는 1927년에 태어나셨습니다.
그리고 2001년에 돌아가셨습니다.
돌아가시기 전에 비망록을 남기셨는데 한국전쟁 이전까지 기록하셨습니다.
편찮으신 몸으로 기록을 이어가시다가 끝을 맺지 못하셨지요..
아래 글들을 읽다가보니 아버지의 글에서 읽었던 내용이 기억납니다..
해방되기 전 해인 1944년, 아버지는 고향에서 친구분들과 독서회를 만드셨습니다.
독서회라는게 명목상의 명칭일 뿐 사실 실제 목적은
'나라의 독립'을 위해 우리가 뭔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을까..라는 것이었습니다만
20세도 안된 소년들이 모여서 할 수 있는일이라는게 별로 없었답니다.
그저 모여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거나 세상 돌아가는 정보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다였을 뿐 이었다고 합니다. (그렇지 않겠습니까..? ^^;)
그런데 경찰의 감시가 시작되었습니다.
군국주의 말기라서 감시와 통제가 굉장히 심했다고 합니다.
얼마 후 아버지의 친구분 중 한 분이 경찰서에 잡혀 들어가셨고
이어서 아버지도 경찰서에 잡히셨습니다.
아버지를 잡아간 사람도 한국인 순사였고,
친구분을 잡아간 사람도 한국인 순사였습니다.
그리고는 그 한국인 순사에게 몽둥이로 두들겨 패는 고문을 당하셨습니다.
고문 내용은 '너희들 모여서 무슨 짓 했어? 다 불어!'였다고 합니다.
옆에 직위가 조금 높은 일본인 순사가 있었는데
그 순사는 고문같은 것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고 합니다.
다만 그 일본인순사는 소년들을 미친듯이 두들겨패는 조선인 순사를
경멸에 찬 시선으로 쳐다보더라고 쓰신 글을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미천한 야만인을 보듯이, 벌레를 보듯이 쳐다 보더랍니다.
수상한 조선인들을 감시하고 색출하라는 지시를 내린것은
자신들.. 일본인 순사들들이었지만요..
한국인 순사는 일본인 순사가 자리를 비우면
아니꼽다는 투로 일본인 순사를 욕 했다고 합니다..
밥 벌어먹기가 쉬웠겠습니까? ㅎㅎ
경찰서에 함께 수감되었었던 친구분들 중 한분은
정신착란 증세를 보이시다가 풀려나신 뒤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께서도 많은 고통을 당하셨음은 뭐..당연했겠지요..
그리고 해방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를 취조하던 그 한국인 순사는 한국전쟁이 끝난뒤에도
경찰로서 복무 열심히 하시며 아버지를 좌익으로 몰아서
여러번 곤경에 빠뜨리신 것으로 들었습니다.
어머니가 형을 임신하셨을때도 갑자기 집으로 들이닥쳐
쑥대밭을 만들고는 했다고 합니다..
김영삼 정권때의 기억입니다.
아버지의 고향에 독립유공자 비석이 서면서 아버지의 이름이 그 비석에 올라갔습니다.
아버지는 쑥스러워 하시는 중에도 자랑스러워 하셨고 그 뒤 무슨 무슨 서류를 들고 동사무소와 구청을 바삐 다니시더군요.
저는 그때만 해도 그냥 그런갑다..하고 생각했습니다. 아버지께서 깊은 말씀은 안해 주셨거든요.
서류를 들고 바쁘게 다니시던 아버지께서 어느 날인가
'에이, 더러워서 안한다!'라고 화를 내시며 말씀하시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나중에 들은 얘기를 토대로 추측해보면
독립유공자로 인정을 받으려면 무슨 무슨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라는 통보를 받고
서류를 마련하셔서 제출했는데.. 서류가 미비하다 다른 서류도 내야한다..
담당 부서가 여기가 아니다.. 구청으로 가셔야 한다..뭐 이런 대접을 받으시다 때려 치우신 겁니다.
뭐 독립유공자로 인정을 받으나 받지 않으나 아버지는 크게 마음쓰지 않으셨지만
그래도 당신께서 겪으신 일에대한 일종의 위로라고 생각하셨던 듯 합니다.
그런 일을 겪고 나니 오만정이 떨어져서 그만 두신 거지요..
'아니, 상관안하신다면서 뭐하러 그렇게 고생하셨어요..'
나중에 제가 물어 본 적이 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가만히 계시다가 머뭇마뭇 말씀하셨습니다.
'유공자로 인정받으면 네 자동차를 LPG로 바꿀수 있을텐데
그러면 기름값이 절약될거 아니냐.. 그게 어디냐..'
참 소박하지요.. ^^;
과거사 문제를 그저 정치적인 문제로 축소하시려는 분들..
함부로 말씀하지 마세요..
제 아버지와 제 가족이 어떤 삶을 살았을것 같습니까?
제게는.. .
집 뒤짐을 당하던 40년이 훨씬 지난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것이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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