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녀석과 한강 수영장에 다녀왔습니다.
자전거로 다녀왔죠.
수영장에 가던 점심때쯤 일입니다.
날은 매우 덥고 습도는 높아서 온몸에 땀이 줄줄 나고 있었습니다.
둘이서 자전거를 타고 가는데
길 앞쪽에서 작업하시는 아저씨 몇 분이 보이더군요.
비가 많이 와서 한강변에 물이 넘쳐 진흙이 쌓인 것을 물청소하시는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가던 길을 막고
윗길로 올라가라고 수신호를 하시더군요.
조금 난감했습니다.
계단이 조금 높았는데 저는 자전거를 메고 올라가면 되지만
아이는 덩치보다 큰 자전거라 혼자 들고 올라가기가 벅차거든요.
어쩔 수 없이 제 자전거를 올리고 다시 내려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잠시 머뭇거리는데
갑자기 수신호를 보내며 작업을 하시던 아저씨가
성큼성큼 저희 쪽으로 다가오시더니
아들 녀석 자전거를 번쩍 들고 계단을 올라가시는 겁니다.
놀라서
"아저씨, 괜찮습니다."
이랬는데 벌써 주욱 올라가시더군요.
죄송한 마음으로 제 자전거를 들고 올라가 맨 위에 다다라서
마침내 고개 숙여 인사를 드렸습니다.
"날도 덥고 힘드신데 고맙습니다."
아들 녀석에게도 인사드리라고 했습니다.
아저씨께서 웃으시며 말씀하시길
"이쪽 길로 가면 돼요."
라며 길을 알려 주시더군요.
작업을 하시느라 길을 통제하는 것에 대해 통행자에게
인간적으로 미안하실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 더위에 자전거를 메고 계단까지 올라가시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분명히 저 아빠 다시 한번 내려와 들고 올라가야겠지...
이런 마음에 도움을 주셨나 봅니다.
자신의 일을 성실하게 하시며
주변까지도 돌아볼 줄 아시는 분이야말로
말 그대로 이 시대 이 나라의 '챔피언'이십니다.
부디 날 더운데 몸 건강하게 일 잘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저씨,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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