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만큼 음악에 빠져서 살지 않고, 또 음악 듣는 시간도 많지 않은 듯합니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모양도 그렇고, 마음이 메마르고 까칠해지는 걸 느낍니다.



그래서 조그마한 MP3P 하나 장만했습니다. 집에서 음악 듣는 시간이 적고,

승용차로 출퇴근하는 게 아니라 카스테레오도 저와는 거리가 조금 있고 해서,

자투리 시간이나 여행 갈 때 들으려고 미니 기기를 정말 오랜만에 하나 샀습니다.



'80년대 학생 때는 카세트테이프로 FM 방송과 더불어 음악을 즐겨 들었습니다.

'90년대 들어서 CD 대중화, 금지곡 해제와 음반 직배가 맞물려 음반 시장이

갑자기 풍부해졌고, 저도 '90년대 초부터 오디오에 빠지면서 미니 카세트와는

헤어지고 그뒤로도 휴대용 CDP나 MD 같은 미니 기기와는 상관없이 살았습니다.

그러니까 얼마 전에 장만한 MP3P가 거의 20년 만에 생긴 미니 기기인 셈이죠.



처음에는 애플 아이팟에 관심이 갔습니다만, 제가 원하는 기능이 없더군요.

제가 가진 CD를 WMA나 WMA Lossless로 리핑해서 듣기를 원하는데, WMA 포맷을

지원하지 않는 걸 알았습니다. 더구나 비싸기도 하고요.



WMA가 MP3보다 음질이 좋은 것은 물론이고, 파일 크기를 줄이기에도 좋죠.

WMA Lossless 포맷도 지원하고 (FLAC Level 4와 파일 크기가 거의 비슷합니다.)

WMP나 JetAudio로 리핑할 때 FLAC 포맷보다 훨씬 속도가 빠른 장점도 있습니다.

(제 컴퓨터 기준으로 WMA Lossless 포맷이 대략 20배속으로 리핑이 됩니다.)

한 10년 동안 WMA 포맷을 선택했던 저로서는 매우 당연한 기본 기능이죠.



WMA 지원과 함께 FM 라디오와 DMB도 나오는 MP3P를 원하다 보니 가격도 비싸지고

크기도 커지더군요.



그렇다고 애플 아이팟 대신 별생각 없이 악의 축, 삼성 것을 산다는 건 저로서는

있을 수가 없죠. 야쿠자 사채를 쓰는 것만도 못한 짓이라 봅니다.



그밖에 소니가 있고, 한국 브랜드로 아이리버, 코원 등이 있습니다. 이것저것

비교하다가 결국 코원 S9로 골랐습니다. WMA 지원 잘 되고, 별도 프로그램 없이

그냥 복사해서 넣으면 되고, FM 라디오와 DMB 잘 나오고, 가볍고 손에 잡기 편한

디자인에, LCD 대신 OLED라 훨씬 선명하기도 하고요.



코원 S9가 다 좋은데, 터치패드나 UI는 아무래도 애플 아이팟보다는 뒤지더군요.

정전식 터치패드라 적응하는 데 조금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반응이 좀 느린

느낌이라고 할까요?



참고로 코원이 애플보다 먼저 터치패드 방식 MP3P를 내놓았습니다. 애플 기술력이

최고는 아닐 지어도 기획만큼은 정말 잘하죠. 아무리 탄탄한 중소기업이라고 해도

코원이 애플 따라가기는 기획이나 컨텐츠 면에서 부족한 듯합니다.



저는 이어폰으로는 음악 듣지 않고 헤드폰만 씁니다. 일단 가지고 있던 젠하이저

PX-200으로 며칠 들었습니다. 주변이 소란스러울 때 집중하려고 쓰던 거였죠.

여기 주문/배송조회를 보니 2003년에 주문했던 물건이네요. 요즘에는 유행인지

아주 흔한 미니 헤드폰이 되었습니다. 가볍고 착용감 좋고 듣기 거북한 소리도

나지 않아 무난하지만, 음질이 좀 아쉬운 헤드폰입니다.



그렇게 MP3P 하나 장만하니 헤드폰도 바꾸게 되었습니다. 같은 미니 헤드폰으로

AKG K450을 골랐습니다. 여기저기 꽂아서 듣다 보니 어떤 기기에서는 저음이 좀

과한데, S9에는 잘 매칭이 되더군요. 착용감은 PX-200보다 못하지만, 차음성은

더 낫고요. PX-200처럼 흔하지 않은 것도 좋더군요.



그리고 가끔 차 안에서 보던 DMB를 방 안에서도 손쉽게 볼 수 있게 되니 번거롭게

Y 케이블로 연결할 게 아니라 그냥 바로 볼 수 있는 USB DMB 수신기에도 관심이

가더군요. PC 모니터로 TV만 볼 게 아니니 HDTV는 필요가 없고, 전파 음영 지역이라

잘 안 나오는 FM 방송을 DMB로 대신 들을 수 있어 결국 하나 주문했습니다.



MP3P 하나 사서 헤드폰 바꾸고, USB DMB 수신기도 덩달아 샀고, 이제는 PC 스피커

연결한 앰프를 뭐로 바꿀까 슬슬 알아보고 있습니다. 이번에 울산까지 내려간 김에

하나 챙겨올 걸 그랬습니다. 그거 마음에 들던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