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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고통1부+2부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09-07-07 17:4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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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467

제목

[연재소설] 고통1부+2부

글쓴이

박두호 [가입일자 : 2003-12-10]
내용


1







세상에는 여러가지 고통이 있다. 그 고통들은 번민이나 걱정에서 오는 고뇌, 또 더 나아가, 장애적 특질에서 오는 형용할 수 없는 육체와 정신의 고통, 삶의 매너리즘에서 오는 권태, 파산과 죄질로 인해 교도소에 수감되거나 정신병원에 갖혀 인간적이지 못한 삶을 사는 것, 이것은 내면적인 측면과 외면적인 측면이 상호작용해서 가져오는 결과이다. 우리가 찾아야 할 것은 임의의 방식으로써의 <탈출구>이다. 무언가 자신만의 <고통>을 해결할라치면 기본적으로 자신이 추구했던 생활패턴의 유지만으로는, 끝없는 고통만을 대면하고 상존시킬 뿐이다. 어떻게 하면 인간으로서의 모든 고뇌에서 벗어나 진정한 정신의 쾌락을 맛볼 수 있는가? 물론 육체와 정신을 이분화할 필요는 없다. 사고(思考) 역시 개개물체의 작용이라고 에드거 엘러 포가 말한 적이 있었다. 분명 오랜 더움과 기아를 경험하고 마시는 맥주에서 느껴지는 카타르시스를 단지 육체적인 것이라고 격하시킬 필요는 없다. 그러나 쾌락에는 분망히 상하관계가 정립되어 있다. 철학은 결코 미술과 음악, 문학을 따라올 수 없으며, 단순히 말해 철학은 예술을 능가할 수 없다. 왜냐하면 철학은 육체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육체가 소멸되도 영혼의 파장은 남듯이, 그 무음은 음악에 귀속되는 것이다.







훌륭한 음악이 우리에게 각인시켜주는 카타르시스를 나는 생애 단 한번 경험해 본 적이 있는데, 거기에는 쇼펜하우어가 말했듯, 음악이 모든 예술의 최고봉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불안과 권태의 전승자이다. 나는 어린 시절 트라우마를 경험했다. 이지매, 아버지의 파산과 난동, 심한 강박증에서 왔던 정신착란-당시는 약을 먹지 못해서 너무 고통스러웠다.

이 모든 것들이 내게 <삶=고통>이라는 등식을 성립하게 해주었다. 그렇다. 삶은 고통일 뿐이다. 내가 염세주의자라 해서 내 견해와, 거기에 베어든 논리까지 비창조적이라거나 천편일률적으로 가능성을 결여하려는 건 아니다. 나는 단지 외로웠고 소중한 친구 한명이면 천하를 가진 듯, 말하자면 세상에 오직 둘 뿐인 그런 천국보다 더한, 공허하면서도 아득하여 지고의 <심미성>과 <심원성>에 도달한 유토피아, 그런 비근한 세계를 그리고 싶었다. 그 장소는 교회였고, 나는 내밀하게 하나의 꿈을 꾸었다.





그런데, 그런데! 당신들이 내 어리고 소녀같은 영혼을 철저히, 오랜 기간에 걸쳐서 파괴해 버렸다. 한 소녀가 죽었다. 한 수줍은 소녀가! 이제 나는 영혼도 없고 의식도 없다. 카프카가 말한 의식의 깨어남은 있을지언정 기계적이고 기능적인 <뇌>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난 태어나서 지금까지 헌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살아왔다. 나는 오히려 헌법의 제재를 받으며 살아왔다. 이것이 현재 나의 순환적 계기를 가로막고 있는 장막이자 고통의 근본적인 원인이다. 어디 있는가? 과거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도약할 수 있는 탈출구가 도데체 어디있단 말인가?









2







차가운 바람이 대기를 훑고 지나갔다. 나는 상습 절도 죄로 현재 경찰서에서 사건이 담당되고 있는 처지였다. 아마도 기소유예 처분을 받을 지, 기소가 되어 재판을 치루게 될 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내가 훔친 것은 <책>이었다. 형사 4명이 집을 덮쳐 나를 긴급체포해 갔는데, 나는 마치 절도가 마치 중범죄자보다 더 중범죄자 취급을 받는 것으로 여겨져 의아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훔친 책들은 52권 정도였다. 한번에 훔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여러 차례에 걸쳐 절도한, 일명 상습이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파출소와 경찰서에서 내가 만난 형사들은 다 인간성이 파탄나지 않은 법치주의에 입각한 관료주의자들이었으며, 나는 이 사실을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은 한손에 수갑을 채워 벤치에 묶어놨다. 나는 내가 구속되는 지 알고있었다. 하기야 형사 4명이 왔는데 구속에 공주치료감호소[정신병원 겸 교도소로 꽤 악명 높은 곳이다.] 긴급이송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어떻게 마음 속에 이성을 유지하고 있으랴. 나는 곧 무너졌다. 나는 형사들을 만나기 전에 자살을 하지 못한 걸 속으로 깊이 후회하고 있었다. 회환과 환멸이, 깊숙한 곳에서부터 외면으로까지 강렬히 퍼져나갔다.







긴 조사 끝에 나는 내가 보유한 정신장애 3급 덕분인지, 석방되었다. 그랬다. 긴급체포는 공권력의 과잉처방이었다. 나는 주거지가 분명하고 보호자의 보호를 받고 있으며, 무엇보다 내 죄가 단순히 절도라는 데서 연유하는 법의 불투명(不透明)성의 혜택을 받을 기회가 있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옛말에 책도둑은 도둑도 아니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 글은 전적으로 사실에 의거하여 집필하는 것이고, 과거의 내 글도 전부, 완전히 사실이었다. 일종의 광기의 편력, 역사적 전거가 있는 셈이다.







나는 책도벽으로 인해 인생의 초반부를 망쳐버렸다. 아니, 지금의 일보다 더한 일이 있지만 그것을 상기하고 여러분에게 알려주기에는 너무 지나치고 잔인한 사실이라, 언급을 회피하는 게 옳은 도리라고 생각된다. 7년 간 정신과 약물치료를 받으면서 입원만 6차례에 걸친 내 광기의 편력은 여러분에게 도무지 설명할 수 없는, 모종의 비인간성이 사적 아우라와 중첩되어 있다.







모든 서류가 검사의 손에 넘어가기 전에 나는 병원서류와 반성문을 제출했고, 이제 법치주의 국가에서 나라는 개인에 대해 심판하는 일만 남았다. 나는 관료주의 기계에 의해 당하는 것이다. 이래선 안 된다. 법이라는 이름의 폭력이 강화되면 될수록 우리는 미국의 법치성을 따라가는 것에 귀결될 따름이다. 미국의 헌법체계는 비정상적일 정도로 강력하고 비인간적이다. 그 법체계는 부르주아를 보호하며 가난한 인민을 희롱한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우리가 인지할 수 없는 유일신이시여!, 우리를 우리의 덕성으로 하여금 사람의 죄를 씻어주시옵소서. 사람이 어떻게 사람을 심판할 수 있단 말입니까? 우리에게는 무법주의가 역사해야 합니다. 저는 하나[One]님이 우리에게 죄를 범하지 않게 하는 걸 우리 자신에게 맡겼다는 걸 인지하였습니다. 이는 칸트의 말마따나 “그에 대해서 자주 그리고 계속해서 숙고하면 할수록, 점점 더 큰 경탄과 외경으로 마음을 채우는 두 가지 것이 있다. 그것은 내 위의 별이 빛나는 하늘과 내 안의 도덕 법칙이다”.





기존의 관료주의 체제는 무너져야 한다. 또한 재산이 5억이 넘어가는 부르주아들이 자발적으로 모든 가진 것이 없는 자, 장애가 있는 자, 난치병에 처해 있는 자, 죄인, 미혼모, 노인들에게, 새로운 삶을 부여하고자 자기 자산의 10%를 부과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새로운 정부가 필요하다. 내 말은 무법주의와 신정부가 혼재해야 한다는 걸 암시하고 있다. 한국은 지금 썩은 물과 같다. 우리는 일본이 걸어온 길과 똑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다. 지나친 서구화와, 지나친 법치주의는 결국 부의 양극화 현상을 심화시킬 것이다. 더불어 경제적으로 파탄을 맞아 결국 우리는 과거 동유럽이 겪었던 엄청난 경제적 고통과 맞딱뜨릴 것이다. <혁신>이 필요하다. 우리에겐 <혁신>이 필요하다. 과거의 모든 잔재를 청산하고 새롭게 도약하고자 우리는 우리의 길을 걸어야 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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