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16살부터 지금까지 클래식 관련 공연을 보러 간게.. 아마 도합 300회 정도는 될 것 같은데...
(22살 때까지 보러갔던 티켓과 팸플릿만 라면박스로 한박스 정도였습니다.ㅎ)
지난 31일 금요일날 예술의전당에서 본 오페라 갈라콘서트는...
아마 제가 본 공연 베스트 5안에 꼽힐 정도로 환상적이었습니다.
저는 지금도 클래식 공연을 보면.. 음악의 깊이.. 또는 연주자의 예술성보다는..
연주자의 실력(=기술)과 하모니.. 그리고 비쥬얼에 더 비중을 둡니다.
아마도 제가 성악도 출신이었고, 현역을 뛰는 선후배도 많고...
그래서 그런지 성악 관련 연주회를 보면.. 성악가들의 역량을 먼저 보게 되므로
연주가 얼마나 감동적이었느냐.. 보다는 연주자의 기량이 얼마나 뛰어난가를 보게 됩니다.
실은 공연이 끝나고 출연자로부터..
오늘 내 컨디션 어땠느냐? 호흡 타이밍은 좋았느냐? 발성 직진성은 좋더냐? 같은 질문을 종종 받다보니 의무적으로라도 테크닉 위주로 보게 되더군요.
이번 공연은 특히나 기대가 컸습니다.
흔히들 말하는 국내 정상급이 아닌 진짜 국내 정상급의 기량을 가진 성악가들의 공연이라서 그랬는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말하면 다른 애호가들에게 돌팔매를 맞을지도 모르겠지만
전 우리나라에서 조수미보다 기량 뛰어난 소프라노들이 최소한 5명 이상은 된다고 믿습니다.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니까 그게 누구냐고 추궁은 하지 말아주세요. ㅎㅎ
자타공인 한국 최고의 바리톤 고성현씨를 비롯하여, 내노라하는 한국의 대표적인 테너 정호윤, 김재형..
그리고 꽤 주관적이긴 하지만 갈수록 소리가 깊어지는 제 옛스승 바리톤 우주호..
소프라노 박은주, 임세경.. 카운터테너 이동규 등 네임밸류보다 실력으로 승부하는 성악가들이 대거 출연하고
오케스트라 또한 한국의 3대 오케스트라인 코리안심포니...
무엇보다 하일라이트는 마에스트로 정명훈씨가 지휘도 아닌 피아노반주자로 나와서 약 40분간
성악가들과 호흡을 맞춘건.. 정말 앞으로도 보기 힘든 공연이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아, 여긴 갤러리인데... 잡설이 너무 길었네요.
암튼 그날 찍었던 사진 몇장 올립니다.
(거의 대부분 분장실 컷 ㅎ)
아래 사진은 주호형이 메인 컨트롤 박스에 앉아서 장난치는 중입니다.
(요기는 무대감독 전용석인데.. ㅎㅎ)
연주 30분 전... 오케스트라박스의 코리안심포니.. 아직 단원이 1명만 왔습니다.
정명훈씨와 최종리허설 중인 성악가들.. 맨 오른쪽이 주호형입니다. ^^
후레쉬를 터뜨리면 절대 안되기에(정명훈씨가 사진찍히는걸 무지싫어합니다.) 무지 어둡게 나왔네요.
정명훈씨는 초상권 때문에 함부로 사진 찍으면 안된답니다. 해서 뒤통수만.. ^^;;
주호형이 무섭게 째려보는 것 같은데, 주호형은 물론이고
최고의 바리톤 고성현씨마저 정명훈씨 앞에서는 '납작~'입니다.
무대 안쪽에서 찍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오른쪽 하단에 조그맣게 보이는 사람이 국립오페라단 여성(최초) 예술감독인 이소영씨입니다.
요즘 한창 뜨는 박칼린?? 급이 다릅니다. ㅎㅎㅎ
분장실 장면 1
분장실은... 왠만하면 다 이쁩니다. ㅎㅎ 주호형 뒤에 보이는 아가씨도 엑스트라인데..
분장실 장면 2
심지어 분장사 아가씨도 이쁘네요. ㅋ
오른쪽에 보이는 검정 조끼 입은 분이 바리톤 고성현씨입니다.
제가 고성현씨를 처음 안 것이 1984년 제 4회 대학가곡제에서 1위를 했을 때였습니다.
그 때 '산아'라는 가곡으로 1위를 했는데, 그 당시 제게 미국의 바리톤인 쉐릴밀른즈가 가장 잘하는줄 알고 있다가
고성현씨의 노래를 들었을 때, 상당히 충격이었습니다.
대학 4학년생의 소 리라고는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엄청난 성량과 다이나믹하고도 파워풀한 보이스에
우리나라에도 이런 바리톤이 있다니... 하고 설레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로부터 26년이 지난 지금... 역시 제 예상대로 한국 최고의 바리톤으로 활약하고 계시네요. ^^
이번 공연의 최고 하일라이트인 1부 마지막무대 메피스토펠레스가 끝나자마자 커튼콜 때 잽싸게 찰칵!!
아.. 이건 정말 직접 보지 않은 분들에게는 잘 설명이 안되는데...
제가 국내 공연 오페라만 100편 이상 봤는데, 비쥬얼적인 감동으로서는 단연 최고입니다.
투란도트, 아이다 같은 그랜드오페라처럼 화려해서가 아니라...
환상적인 연출에 뻑 가고 말았습니다.
뒤편에서 갑자기 80여명의 천사들이 (합창을 하면서)올라오고.. 공중에서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천사(쭉 빠진 미녀^^;)가 그네를 타고...
2부는.. 마에스트로 정명훈씨의 피아노 반주로 성악가들의 오페라아리아 독창...
주호형은 이날 오페라 라트라비아타 중 내고향 프로벤자로(di provenza il mar il suol)을 불렀습니다.
이상.. 초상권에 문제없는 사진만 몇장 올렸는데,
실은... 사진을 찍으러 간게 목적이 아니라 외장스트로보도 안가져가고..
렌즈로 실용렌즈인 탐론 17-50 하나만 가져가서.. 여러모로 많이 아쉬웠습니다.
아, 공연이 끝나고 리셉션 장소로 이동했을 때,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어떤 저명인사 한명 때문에 살짝 기분 잡치긴 했지만,
암튼.. 인터미션 때 다과도 너무너무 맛있었고.. 2010년 마지막 날을 알차게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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