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들이 있었다. 유한한 사건들이 있었다. 내가 말하려는 것은, 독특한 논지에서 벗어나 이 사건들에 감상들이 베어 들어가 있다는 점에 있다. 사건들이 말하려는 정립성은 온갖 슬픔이며 역겨움이며 고통이며 지리멸렬함이며 환멸이 깊숙한 내부로까지, 폐부로까지 스며들어있다는 것이, 그 점이 문제였다.
나는 소인배와 같은 아버지를 렌치로 때렸다. 피투성이가 범벅이 되었고 비명소리조차 새어나오지 않는 고통을 그는 느꼈을 것이다. 렌치에는 선혈이 붉게, 그리고 상념이 아로새겨진 그 피가 화려하게 화장실 앞쪽으로 튀었다.
결국 나는 강제입원 신세가 되었다. 몇 사람들이 와서 나를 끌어냈다. 그들 중 한명이 말했다. “한달만 있으면 돼, 가서 푹 쉬렴” 내가 입원한 건 금전문제로 인해 싸구려 병원인 서울 국립 정신병원이었다. 그동안 호텔과 같았던 의정부성모병원과는 확연히 달랐다.
공중화장실에는 똥들이 잔뜩 뭍어있었고, 우리는 약을 먹을 때 마치 노예들처럼 한 사람 한 사람 다 강제로 나와서 이름 부르길 기다리면서 약을 먹었다.
내가 아버지를 렌치로 때린 이유는 그가 소인배에 실패자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린 시절 나를 혹사시킨 나머지 나를 분열증에 걸리게 된 계기를 만들은 주모자였기 때문이다. 그는 아주 편협하고 가정생활까지 자신이 도맡아서 하려는 얼간이에 멍청이였다. 그는 한마디로 쓰레기였다. 보너스로 술 중독 증세도 있어 밤마다 술을 퍼먹고 집안에 난동을 부린 게 한 두번이 아니었다. 나는 그럴 때마다 잠자리에서 몸을 벌벌 떨었다.
삶은 살아갈 가치가 없는 형이상학적인 것이다. 나는 나를 낳아주신 아버지와 어머니를 저주한다. 왜 내가 생을 고찰하며 이리도 환멸감을 겪어야 하는가? 내가 자살을 생각한 횟수는 셀 수가 없는지라, 이제는 나머지, 현기증마저 도질 참이다.
정신과약들이 그나마 내가 위안을 준다. 물론 그 약들을 처방받고 구입하게 한 건 아버지와 어머니가 벌어온 돈에서 파생된 것이다. 나는 집에서 문학과 철학을 수학하기만 할 뿐, 아무런 생산적인 일도 하지 않는다. 그게 과연 생의 합당한 합목적성에서 연원하는가?
아니다, 나는 죽음을 그리워하고 있다. 피는 물보다 강하고 무(無)는 유(有)보다 강하다. 그런 것이다. 모든 것이 그런 것이다.
끝 : 그동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