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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불안 12부 : 슬픔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09-07-03 18:43:53
추천수 0
조회수   367

제목

[연재소설] 불안 12부 : 슬픔

글쓴이

박두호 [가입일자 : 2003-12-10]
내용
12부 : 슬픔





시계를 보니 아침 6:30이었다. 신문은 이미 현관 밖에 놓여있어서 나는 그 추잡한 세속의 현실을 불가피하게 읽어나갔다. 사실 시대의 조류를 파악하지 못한 인간은 경제적으로 무능력할지도 모르지만, 그의 도의(道義)적인 관철력은 죽음이 언제고 닥쳐온다 해도 변화하지 않을 것이다. 신문에는 쌍용자동차 소식과 몇몇 잡다한 이야기들이 쓰여 있었다. 아니 그것은 <인쇄>되어 있었다. 나는 신문을 내던지고 내가 수년가까이 생각해오던 이념을 되새겨보았다. 그것은 플라톤의 말로 명정이 집약되어 나타나 있었다.











플라톤은 말했다. “그래서 나는 진정한 철학의 의의를 인정하는 가운데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오로지 진정한 철학만이 모든 공적·사적 생활에서 정의에 대한 안목을 키워주며, 또 정의롭고 진실한 철학자가 국가의 통치권을 장악하거나 국가의 권력자가 신의 섭리를 받아들여 참된 철학자가 되지 않는 한, 인류의 불행은 중단되지 않으리라고 말입니다.” 이 생각은 내가 중학교 적부터, 반에서 지배적인 아이들이 폭력을 자행하고 권력을 장악할 때 왜 나처럼 지혜로운 자가 힘과 기백이 없어 지배세력에게 짓눌리나하는 패배의식의 만연함이 가져다주는 아이러니를, 그리고 내가 사실상 사회의 지배자가 되면 지혜의 전승자로서 반을 창조적이고 평등하게 다스릴 수 있는 실질적인 덕을 실현할 수 있으리라 되색이는 망상 사이에서, 그 분망한 고뇌함을 그대로 모사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실, 그렇다. 한명의 우주가 내려다 준 <선험적인 실재>를 논파하고 종내에 그것을 실행하고 언행일치하여 지고의 우주를 보는 <견각심>을 깨달은 자, 침묵을 지킬 줄 알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해관계를 초월하여 순수이성으로 세상의 구조를 재편할 두뇌를 가진 자, 모든 인간적인 욕구를 배제한 사회만을 위해 예수와 같이 자기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자, 그런 자만이 지배자가 될 자격이 있는 것이요, 그런 자만이 세상을 움직일 힘을 부여받을 가치가 있는 자이다.









플라톤이 제시한 이상은 현대인들에게는 지루할 뿐이니 집어치겠다. 사소설에 작가의 독백이 긴 것도 나름대로 무의의한 것이라, 이 소설을 견해 투성이로 만들고 싶진 않다.











며칠 전에 교회에 갔었다. 목사의 정치참여적 얼간이 설교를 들으면 꾸벅 졸다가 헌금도 안내고 혼자서 밥을 먹고 있었다. 그 귀납적 방침은 내가 교회에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다. 사실상 교회에 다니는 행동이 종교적 의미를 가진 것도 아니었다. 나는 사람을 사귀로 교회로 갔지만, 청년부에서는 그들의 자기네들끼리의 젊은이 특유의 어법에도 맞지 않는 줄임말들을 써가면서 나를 뻘줌하게 했다. 나는 진지한 사람이었는데 그들은 진지하기보다는 유머로 세상을 살아가는, 나와는 다른 방면의, 어쩌면 다른 세계의 사람들 같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인사는 다 해주더라. 자기들 딴에는 그것이 교리를 지키는 하나의 방식처럼 여겨졌을 것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나는 외톨이, 아웃사이더로 고통받게 되었다.









지적인 부문에서는 나보다 한 수 아래였지만 나와 통하던 2명의 친구들이 군대에 갔고 나는 어쩌면 우울증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운명, 이 역겹고 좁아터진 아파트에서 가난하고 초라하게 살 운명일지도 몰랐다. 그래서 말이다, 철학이야말로 나를 구원해 줄 내면적이며 내재적인 장(張)이었다. 내 삶은 지속적인 고통의 연속이었고 그 현실에서 도피하고자 나는 철학에 권면당한 것이다. 나는 나 자신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단지 그 하나만의 이유로 나는 으뜸가는 정신세계를 탐구하고자 결정한 것이다. 이 외로움, 이 고독, 이 고통, 이 우울, 이런 감정들에서 벗어날 길은 철학 밖에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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