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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불안 9부+10부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09-07-01 23:2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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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545

제목

[연재소설] 불안 9부+10부

글쓴이

박두호 [가입일자 : 2003-12-10]
내용




1









초대형 다국적 제약회사 릴리는 원래 소규모의 골목회사에 지나지 않았다. 여기서 개발된 항고혈압제가 80년대 중반 선택적세로토닌재흡수 효과가 있다는 게 인증되면서, 1990년 미국은 <프로작> 붐에 빠지게 된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프로작을 먹었으며, 사소한 문제에 불가분하게 이 약을 복용했다. 릴리는 그 후로 초대형 다국적 제약회사로 거듭났으며 그 힘은 워싱턴 정가에까지 이르렀다. 그리고 릴리는 또 한번의 대박을 터뜨리는데 그것은 다름아닌 <자이프렉사>였다. 자이프렉사는 항정신용제로 정신분열증 뿐만 아니라 중증도의 우울증과 PTSD나 조증, 사회적 철퇴 현상에도 복용지침이 있다. 자이프렉사는 2003년 최고의 순이익을 기록한 약으로써 릴리를 일종의 철옹성으로 만들어주었다. 여러 성공 관련 책에서도 릴리의 자이프렉사의 성공에 관해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릴리는 부도덕한 회사였다. 96년 개발된 자이프렉사를 2011년까지 그 특허권을 연장하려 하였고, 심발타[항우울제] 이후로 나올 약이 없어 자이프렉사와 프로작이 결합한 심바낙스를 비싼 가격에 시판한다.











하기야 정신의학업계가 프로작 이후로 큰 성장을 거둔 적이 있었는가? 우려먹기 약들이 속속들이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리스페달과 분자구조식이 같은 인베가와 이펙사XR과 분자구조식이 같은 프리스티크가 그런 예다. 정신의학은 죽어있는 상태이다. 우리는 초고속으로 발전하는 미래를 기대했건만, 현실은 잃어버린 20년을 회고하게 하고 있었다.







가령 프로작이나 그 외의 약들, 렉사프로, 시탈프로람, 듀미록스, 졸로푸트, 세로자트, 이펙사[주요 기능은 세로토닌 펌핑이다. 노르아드레날린은 반절만 재흡수 시킨다. 이것 역시 강력한 세로토닌 펌핑제다.] 이 7약들은 기능상의 어떠한 차이도 없다. 항정신용제로 치자면 리스페달과 세로켈, 젤독스와 아빌리파이, 자이프렉사는 내용 상으로 큰 차이가 없는 우려먹기의 역사의 전형을 비춰주고 있다.







바야흐로 2009년이다. 이제 좀 새로운 약이 나올 때가 되지 않았는가? 우려먹기 약에 싫증난 건 바로 우리의 얼굴이다. 좀 더 새로운 분자구조식, 혁명적인 약리기전, 우리는 그러한 것을 원한다. 아니면 정신의학계는 여기서 한계의 딜레마에 봉착되어 있는가?



버스는 동사무소 앞에 도착하여 있었고,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동사무소 안으로 들어갔다.











2









아버지는 죽어야 한다. 실패한 아버지는 죽어 마땅하다. 실패한 아버지의 아들은 불행하다. 왜냐하면 그 시초, 근본의 씨앗이 잔혹한 패배의 기운으로 잔연하게 징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아버지를 떠올리면, 사르트르적인 실체가 내 자아에 투영하여 명증한 표면에서 공중에 흩어져내리는, 핵의 잔해와도 같이 아버지의 거세가 후일에 가서 확실한 쾌감의 정신을 담보로 하는 것이 분명하다.













사실 나도 아버지가 되고 싶다. 어린 나이지만 나도 아버지가 되고 싶은 본능적인 욕구가 있다. 그러나 나의 덕성은 자식을 낳으면 책임질 도리나 의무감이 결여되어 있어, 낳아보았자 새로운 불행의 악마적 씨앗만 자초할 뿐이다. 나는 도리어 독신을 선호하며, 독신의 길은 곧 예술가의 길이요, 항구적인 개인성의 최고도의 연장(連嶂)이다.















며칠 전 한통의 전화로 나는 공공근로를 포기했다. 공공근로는 수당이 적기 때문이다. 이세기에는 모두가 돈을 추구한다. 수당이 커야하며 일은 간편해야하다. 그래서 나는 여러가지 알바를 알아보는 도중에 장애인 복지시설에 관한 정보를 흘려듣게된다. 수당도 공공근로보다 크고 해 볼만한 일이라 생각되었다. 운 좋으면 친구도 사귈 수 있고.













내가 알바를 선호하는 이유는 일단 내가 가방줄이 짧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연적으로 가방줄이 짧다는 것이 교양성의 질(質)의 비(比)의 단일성의 차이를 규정하지는 않는다. 나는 내 친구처럼 또래의 아이들을 가르칠 여력이 없다. 대학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령 내가 국어에 대해 강습을 해줄 수 있다면, 친구들보다 더 세심하게 해 줄 자신은 있다고 자명하게 자위한다.





잠을 자야겠다. 동사무소는 괜히 갔다왔다. 해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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