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에서 나는 의식의 흐름의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그 흐름은 신의 차변에서 생성되고 확산되는 일련의 공명이자 명쾌하고 정교한 매세지였다. <정신을 양화>하라. 나는 내 주관을 토대로 하나의 진일보가 다변하는 세계의 근원을 바로잡고 있다. 그 세계는 현실계요, 시(時)의 세계이며 자의적으로 규정할 수 없는 비가시의 세계이다. <정신적으로 심층적인 층위에서의 표변>을 시행하라. 그것은 곧 부흥이요, 새로운 세계의 시작이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어떤 여자아이가 있었다. 14살 쯤 되었을까. 나는 거기서 아무런 여성성도 느끼지 못했다. 그녀의 얼굴은 지극히 아름다웠고 희었는데 말이다. 오히려 차갑고 무미건조한 그런 느낌이 내게 와닿아 색다른 지성을 표출했는지도 모른다. 한국은 이상하게 만나는 사람에게 인사를 건네지 않는다. 이것이 한국의 문화의 측면이라면 측면이다. 한국의 문화는 친한 사람에게는 참견과 충고도 서슴치 않지만 모르는 사람에게는 매우 차갑고 무뚝뚝하게 대한다. 하지만 미국인의 경우 모르는 사람에게도 친절한 대신 두 얼굴을 가지고 있어 그 친절함은 단지 겉치레에 지나지 않는다.















엘리베이터가 멈추어 섰고 나는 내렸다. 우리 둘은 내렸고 찌는 듯한 더위가 함몰된 밖이 짜증나게 펼쳐져 있었다. 나같은 빈민에게 에어콘은 천국의 것과 같은 것이다. 나는 에어콘이 없는 좁은 아파트에서 사는 것이 하나의 불행이라 생각한다. 남한의 헌법은 부르주아만을 보호한다. 나는 그런 면에서 무법주의에 찬동한다. 무법주의야말로 보이지 않는 손으로 하여금 현재 갈라져 있는 계층을 다시금 재편할 것이다. 무법주의야말로 국가권력의 파괴이자 세계주의의 실현이다. 옜날의 계급사회와 지금의 초자본주의는 다를 바가 없다. 단지 형태만 변형된 것이며 빈민이 노예 역할을 하며 부르주아는 더욱 부르주아가 된다. 권력 즉 법은 부(富)의 손에서 놀아난다. 부르주아의 자본을 나누어 주어야 앞으로 닥칠 초인류적 재앙인 아마겟돈을 막을 수 있다. 공평한 사회야말로 천국의 도래와 다름없다. 정치참여와 같이 소모적인 일을 집어쳐라. 정치는 하나의 구조에 불과할 뿐이다. 아무리 변양되도 차이는 없다. 반복만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나는 이 글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언어의 세계는 무한하고 나의 심사숙고함과 암중모색에는 한계가 있다. 감히 나는 이 글을 소설이라 규정할 수 없다. 평생을 연구하더라도 글쓰기의 정도에는 끝이 없다. 부끄럽지만 나는 문학책을 별로 읽지 않는다. 철학서를 자주 읽는다. 그래서 사르트르의 <구토>와 같이 문학성은 떨어지고 철학적인 글로 일변화되는 것이다.















나는 소위 말하는 다독가도 아니다. 다독하기에는 내 남성적 행위의 열정이 들끓어 많은 책을 읽을 수 없다. 그러나 나는 조금 읽은 책들을 조합하여 새로운 글을 창조하는 능력은 내가 봐도 손벽을 쳐줄 만하다. 나는 원초적으로 다필가인 셈이다.











태양이 뜨겁게 백열을 내뿜고 있다. 짜증나는 세상이다. 나는 발로 아파트 정문을 걷어차고 동네 주변을 어슬렁 거리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