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렁에 빠지는 서민경제]“4대강에 돈 쏟아붓고 IT는 홀대”
이주영·임현주기자 young78@kyunghyang.com
ㆍ(3) 한국이 IT강국이라고?
ㆍ굴뚝없는 신기술 푸대접…MB정부 들어 지원 급감
ㆍIT경쟁력 세계 8위 후퇴
경기 성남 벤처밸리에서 중소 정보·기술(IT) 업체를 운영하는 도모씨는 요즘 거래은행과 싸우는 게 일이다. 기술력은 탄탄한 것으로 평가받지만 경제위기 이후 금융권의 자금회수 압박이 심해졌다. “연장만 해달라고 애원해도 막무가내입니다. 잘 될 때는 지점장이 뻔질나게 찾아오더니, 이제는 안면 몰수입니다. 비오는 날 우산 뺏는 격 아닙니까.” 온라인 게임업체 사장 강모씨는 정부의 IT 인식에 분통이 터진다. 창조적 콘텐츠라는 대접은 언감생심이고, 일단 규제의 칼부터 꺼내든다. “정부는 치마 입은 게임 캐릭터에 대해 성적 상상을 자극한다며 규제합니다. 거리에 치마 차림의 여성들이 즐비한데, 그들이 모두 성적 상상을 자극하나요? 작년까진 40만원 정도였던 심의 비용은 올들어 심사 횟수도 늘면서 1000만원 이상 들어요.”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으로 주목받던 IT 분야가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삼성·LG전자, KT·SKT·LGT 등 하드웨어·인프라 분야는 앞서지만 IT 산업의 근간인 소프트웨어 개발은 물론 중소 벤처기업들은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 같은 세계적 기업 육성은 ‘먼 나라’ 얘기다.
국내 벤처 1세대인 핸디소프트는 최근 120억원에 매각됐다. 공공기관 그룹웨어 시장의 85%를 장악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최근 공공 IT 프로젝트가 줄면서 경영난이 심화된 데 따른 것이다. 한 IT 컨설팅사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에서 IT는 건설과 토건에 밀려 ‘찬밥 신세’”라고 잘라말했다.
현 정부가 녹색성장을 강조하는 사이, IT 산업은 크게 위축됐다.
옛 정보통신부의 기능은 지식경제부, 방통위 등 4개 부처로 나뉘었다. 정책 컨트롤타워가 없다보니 예산 배분에서도 홀대받는다. 최근 책정된 추경예산(28조9000억원)만 하더라도 IT 관련 예산은 3361억원에 불과했다. 4대강 예산 22조2000억원의 1%가 약간 넘는 액수다.
고위 인사들의 발언도 IT 관계자들의 가슴을 찢는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9월 국민과의 대화에서 녹색성장을 강조하면서 “IT 기술은 일자리를 계속 줄여왔다”고 말했다. 곽승준 당시 미래기획위원장은 정부의 IT 정책 비판론자들에게 “사업독점권을 부여받아 편하게 지냈던 그룹”이라고 비난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IT 산업 종사자들은 활력이 없다.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에 다니는 김모씨가 전하는 IT종사자들의 생활은 참담하다. 오전 8시부터 일을 시작해 야근과 철야를 밥먹듯 하고, 주말도 쉬지 않는다. 그럼에도 급여는 시급 5000원 정도로 턱없이 낮다. 그는 “전문가는커녕, 마흔 넘으면 다른 일을 찾아봐야 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소프트웨어의 부가가치율은 28.7%로 자동차(20.6%), 컴퓨터(11.5%)보다 높고, 매출 10억원당 고용 창출 능력도 제조업의 8배인 6.4명에 이른다.
그러나 IT 산업에 대한 지원 축소와 IT 인프라 부문의 경쟁력 저하로, 지난해 우리나라의 IT 경쟁력 지수는 전년보다 5계단 미끄러져 세계 8위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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