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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불안 2부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09-06-19 15:3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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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480

제목

[연재소설] 불안 2부

글쓴이

박두호 [가입일자 : 2003-12-10]
내용




조커의 붉은 찟어진 입을 중심으로 허옇게 화장한 얼굴 그리고 섬짓한 두 눈이 내 심장을 옥죄어온다. 나는 이 무한한 불안의 궤적을 일도양단하고자 악마스러운 조커의 얼굴을 식칼로 휘젓는다. 까마득히 조커의 웃음소리가 왼편에서, 오른편에서, 또는 내가 존재하는 대기의 절경에서 들려온다. 나는 귀를 막고 비명을 지른다. 이 악마야! 이 루시퍼야! 더 이상 날 불안과 공포 속에 몰아넣지마라!





나는 거의 폐인이 되다시피 했다. 어떠한 사상도 나를 경도시키거나 내 문제의식을 회향시킬 수 없었다. 이펙사[항우울제]와 자이프렉사[항정신분열제]는 별다른 도움이 안 되었다. 바륨도 이미 동이 나고 있었다. 나는 미쳐가고 있었다. 나는 철저히 미신을 배격하는 범신론자인데 거짓 한계와 교착에 부딪혀 내 방 이곳저곳에 퇴마사에게서 타온 부적을 붙여놓았다. 더 이상 꿈 속에서 조커와 같은 악마를 대면하는 것에 신물이 나서이다.







삶을 양화하라. 좀 더 부드럽고 여유를 가져라. 이런 소리들은 내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릴 적부터 불안의식이 뼈 속까지 스며든 내가 평생 이런 유의 불안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면 그냥 식칼로 내 목을 쑤시는 게 날 성 싶다. 21세기는 환희의 시대이기도 하지만 불안의 시대이기도 하다. 시대정신은 이미 뼈 속까지 문드러졌다. 21세기가 우리에게 제시하는 논제는 무엇일까?





인간의 사상은 종교가 인간세의 정신에 감히 침범할 수 없을 정도로 확장되었고 치밀해졌으며 족히 정교해져 이제 남은 논제는 한 개인이 자신의 삶을 초극하여 불타에 이르는 것이다. 나는 불안을 뛰어넘고 진정으로 초인이 되고자 노력해왔다. 끊임없는 수련과 정진의 수레바퀴 속에서 한때는 희열을, 한때는 절망을 느끼곤 했다. 실재와 마음을 일자로 할 때 즉 그것은 곧 우주와 무아가 일체가 되는 것이었다. 신은 내게 왜 이토록 모진 고통을 주신 것일까? 죽음이 나은가 삶이 나은가? 아니면 이 모두가 허망한 것인가. 노무현 대통령은 유서에서 죽음과 삶의 구분을 명확히 하지 않으메 초월론적으로 우리에게 교훈을 주었다.





학생시절 내 꿈은 사업가였다. 그러나 정신질환은 그 꿈을 철저히 짓밟고 날 별볼일 없는 철학자로 만들었다. 철학자의 길야말로 차등함 없이 끔찍한 길이다. 내게 명멸하는 세상은 두렵고 무서운 세상이다. 잘못하면 덫에 빠지기가 쉽고 인간들의 욕망이 도시를 가득 메워 그 독이 바벨탑과 꼭같이 하늘을 관통할 것 같다. 내 꿈을 앗아간 건 인간들이다. 아마겟돈이 도래하여 우리가 속죄할 때 우주는 우리를 용서할 것이다. 아마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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