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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운이 좋은건지, 아닌건지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09-06-15 19:02:07
추천수 0
조회수   1,392

제목

직업운이 좋은건지, 아닌건지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글쓴이

이문준 [가입일자 : 2002-08-07]
내용
대체적으로 사무실 의자에 엉덩이 파묻고 지내는 축이긴 하지만, 지난 한 주는 출장으로 땜질을

했습니다. 주초에는 서울시내에 소재하는 지자체와 기업체 등 세 군데, 주후반에는 남양주

시청을 필두로 문경시청, 울산시청을 다녀왔습니다.



제가 밥벌이를 의탁하고 있는 신문사와 환경부가 지난 1993년 제정한 이래, 올해로

17회째가 되는 '환경대상'의 현장실사차 환경부 관련공무원과 짝을 이뤄 다녀온 것이죠.

현장실사를 통해 이미 제출된 서류내용을 토대로 보고, 듣고, 느낀 점을 간략한 보고서로

작성해서 본선심사에서 참고의견으로 보고하게 됩니다.



1993년 제정 당시부터 이 일을 직접 맡았던 바 있는 고참직원이며 현재는 예선심사위원으로

있는 저로서는 이제 현장실사 정도를 직접 뛰어야 할 군번은 아니지만, 일손이 딸리는

통에 실사멤버로 참여하게 된거죠.





아무튼, 울산까지 간 김에 새로 난 고속도로를 달려 해운대 사는 친구에게 저녁을 얻어먹고

잠은 그곳에서 자고 왔습니다. 문경에서는 고운 흙길로 포장된 문경새재 관문길을 끝까지

올라가봤고 내려오는 길에는 오미자막걸리 대접도 받았습니다. 울산에서는 일을 마치고 바로

서울로 올라가려는 것을 하도 막아서길래 부득불 부시장이 사주는 점심을 얻어먹고

출발한 통에 집까지 6시간 이상이 걸렸지요. 대구에 가족을 두고온 주말부부인 환경부

파트너는 톨게이트까지 마중나온 부인의 품으로 인계해주고, 고물 애마와 대화를 나누며

지루한 운전을 해야 했습니다. 이번 일로 대략 1천 백 킬로 정도를 달린 셈입니다.





일간신문사는 속된 말로 하루벌어 하루 먹고사는 사이클입니다. 그러나, 그런 속에서

제가 근무하는 부서의 사이클은 1년을 주기로 합니다. 상당히 이질적인 집단이죠.

1년 한 해동안 이런 일 저런 일, 큰 일 작은 일 합쳐서 대략 5~60건의 사업을 소화합니다.

그중에는 청룡기 고교야구처럼 70회를 앞두고 있을만치 역사가 오래된 연례사업도 있고,

해외미술 전시회나 음악회처럼 1회성 사업도 있지요. 실체가 없는 캠페인성 사업도 물론

있습니다만, 아무튼 1년을 기준으로 대략 짜여진 스케쥴을 별탈없이 소화하고 나면 한 해가

얼핏 지나가버리는... 그런 사이클입니다.



행인지 불행인지, 신문사의 본업이라 할 글쓰기도 본업이 아니며, 영업이나 마케팅도

주업무로 다뤄보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글쓰기도 필요하고, 영업이나 마케팅도

필요한 그런 애매모호한 부서에서 22년째 말뚝박기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단조로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다양한 사람과 일들을 접하고 있는 직장경험이 결국

제 인생에 도움이 된 것인지, 아니면 뺄셈만 된 것인지 분간되지 않습니다.





별로 말주변도 없는 편입니다만, 독특한 목소리 탓인지 춘천마라톤에서는 장내 행사진행

안내멘트도 하고, 외부의 전문 아나운서를 불러올 정도의 규모가 안되는 소소한 행사는 직접

사회자로 진행을 맡아왔습니다. 대체할만한 자원이 그리도 부족한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동안 총무국 자체적으로 진행하던 창간기념식 사회를 2년째 저에게 맡기고 있습니다.



사회 얘기가 나왔으니 말입니다만, 회사의 최고간부들이 함께 한 자리에서 진행하는 기념식

사회는 여간 조심스러운 것이 아닙니다. 혹시라도 분위기 띄우려고 섯불리 내뱉은 애드립

한 마디로 전체 분위기가 급속냉동실로 직행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그중에서 가장 피곤한 일은 매년 전국에서 선발된 5백여 명의 초중고 선생님들을 이끌고

6박7일간 크루즈선편을 이용해 일본 각지를 여행하는 '한민족사 탐방'이라는 행사입니다.

거의 10년째 단골 사회자 노릇을 하고 있는 이 행사에서 '말하는 것'을 전문으로 하시는

선생님들로부터 질책보다는 그나마 칭찬을 받는 편이고, 지난 봄의 경우는 여선생님들로부터

사인공세까지 받을 정도로 인기도 얻고 있습니다. ^^;

그런데, 저같은 사람에게서 사인을 받아서 뭘 어떡하겠다는 건지는 잘 모르겠네요....







P.S. 얼마전에 읽은 잡동사니 찌라시에서 읽은 글줄입니다. 등장인물의 허풍이 섞인

농담이긴 하지만, 뭔가 폐부를 찌르는 예리함이 있는 얘기더군요.



"나는 재능이 지나쳐서 고생을 해볼 짬이 없었다. 여자들에게 너무 인기가 많아서

여자 꼬시는 법을 배울 시간이 없었다. 내가 조금만 못생겼어도 내 인생이 바뀌었을거다."



--- 만일, 내가 사회생활 초장부터 온실이 아닌 들판을 부대꼈더라면, 지금의 내 인생은

어떤 모습일까... 가끔씩 궁금해지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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