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하나,



팔순이 넘은 노모는 사찰의 불교대학에 다니며 금강경 공부를 하여 졸업식날 우수학생으로 상을 받는다. 가끔 살아남은 여학교 동창생 아홉 명이 모여 식사를 하며 자식 자랑 손주 자랑 경연대회에 나가시기도 한다. 그런데 이 할머니는 불교대학 교우들과 동창생 할머니들에게 불만이 가득하시다.



특히 선거 때만 되면 그 불만은 몸살을 앓게 만들기도 한다. 도무지 대화가 안 된다는 동창생들에게 "너희들은 개가 #나라당으로 나와도 찍어 줄거지"라시며 강릉 지방의 지독한 편견을 보편인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에 말이지만 칼날처럼 날카로운 비수를 날리기도 한다.



그 할머니가 노무현 때문에 병이 나셨다. 하루 종일 작약이 아름다운 꽃을 피운 너른 마당을 바라보시며 눈물을 흘리신다. "나처럼 늙은 것이 죽어야 하는데 어찌할꼬. 얼마나 아팠을꼬. 불쌍해서 어찌하노". 식과 음이 점점 뜸해지고 정신조차 혼몽해지시는 것 같다. 반야심경과 천수경을 중얼중얼 외시며 극락왕생을 소원하신다.







풍경 둘,



강릉 지역에서 고등학교 교장을 끝으로 정년퇴직을 하신 분들이 열 명 정도가 못여 친목회를 만들었다. 회장을 맡으셨던 분이 작년 12일에 갑자기 돌아가셨다. 그 분은 내가 평생 스승으로 모시는 분이다. 나는 외국에서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스승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한국에 온 김에 스승의 묘소에 참배를 하러갔다가 우연히 바로 그 날이 그 모임이 있는 날이라는 걸 알았다. 스승을 벗해주셨던 분들께 그리고 장례식에 와 뵙지 못한 아쉬움을 대신하고자 그 분들께 저녁 대접을 하였다.



그 자리에서 한 분 왈, "내가 나이가 70이 넘어서 새로운 사춘기를 겪는 것 같다네. 노 대통령이 떠나가시고 이상한 증상을 겪고 있다네. 운전을 하다가 조금이라도 반칙을 하는 것을 보면 참을 수 없어 소리를 지르고, 집에서는 집사람이 이치에 반하는 사소한 행동에도 여지없이 큰소리를 내고는 한다네. 나도 나를 어찌할 수 없다네. 한국 사회 특히 보수의 온상이라는 강릉 지역의 정서에 질식할 것 같아서 소리라도 지르지 않으면 병이 날 것 같다네."



이 선생님는 얼마 후 강원도 정선의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 세상과 거리를 두고 사시겠다며 "삶이 왜 이렇게 외롭고 쓸쓸한지 모르겠다"고 하소연을 하신다.







풍경 셋,



宗兄은 시골에서 종묘상을 하신다. 그 형님이 참 아끼는 후배가 이광재 의원이다. "이 의원의 처지가 너무 딱하다. 봉하에서 잠깐 얼굴을 봤는데 눈에 촛점이 없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더라. 면회간 보좌관에게 제일 먼저 물은 것이 지역구에서 추진하였던 기숙형 고등학교가 어떻게 되었냐고 물었다고 하더라. 그런 국회의원이 없어. 그런데 이곳에서는 광재가 얼마나 잘난 국회의원인지 몰라."



"며칠 전에 구치소에 돌아가 편지를 보냈더라고. 그 편지를 읽는 데 눈물이 쏟아져 읽을 수가 없었어. 노 대통령은 광재에게 살아가는 의미 그 자체였던 것 같애. 그러니 그 상실감에서 아직 헤어나지 못하고 있더라고."



"나는 광재가 걱정이 돼. 저러다 무슨 일이 일어나면 어떻게 하지. 그 생각을 하면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면회를 한 번 다녀올까 싶어."



우리는 지금 집단적 트라우마를 앓고 있는 것 같다.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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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출근하면서 쟈크린의 엘가 첼로협주곡을 듣다 저도 모르게 또 눈물이 볻받쳐 올라 참느라 힘들었답니다.

시간이 갈수록 왜 이리 슬픔의 감정은 사그라 들지 않는지.....



출처 : 서프라이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