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먼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내 젊은 시절을 가슴뛰게 했던 이 시를 쓰신 분,
노무현 대통령의 '아주 작은 비석' 건립위원 중 한 분이신 이 분.
문광부의 표적감사로 한국예술종합대학 총장에서 사퇴하시고
교수직마저 박탈당할 처지라고 합니다.
이유는 현정부를 지지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문광부 차관이 지 입으로 말했습니다.
http://www.pd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22305
정말 끝을 향해 달려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