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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의 국격(國格)을 생각한다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09-05-30 18:50:31
추천수 0
조회수   9,221

제목

▶◀ 대한민국의 국격(國格)을 생각한다

글쓴이

이문준 [가입일자 : 2002-08-07]
내용
▶◀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복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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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삶을 두고 이러니 저러니 이야기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러나, 그의 죽음과 그 죽음이 몰고온 파장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깊은 생각과 회한에 잠기지 않을 수 없다.



그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는 막중한 위치에 있던 사람이었다.

그 결과, 죽음 당시까지 법률이 정한 바, 국민의 세금으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받아왔다.

전직 대통령에게 대통령 당시 월급의 95%에 해당하는 연금과 경호-경비, 교통·통신 및

사무실 제공 등 최고의 예우를 제공하는 이유는 그가 대한민국의 국가를 대표하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 만은 아니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대한민국의 정치문화와 국가발전에 기여할

책무를 다하라는 의무가 남았기 때문이다.



그런 그는, 결국 죽음을 선택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국민과 지지자들을 배신했다.

그를 죽음으로까지 몰고간 원인에 대해서는 언급할 위치도 아니며 언급하고 싶지도 않다.

그러나, 그는 '대한민국의 최고 정치가'로서의 엄중한 의무를 짊어지고 가는 대신, 죽음을 택했다.



생전에 '승부사적 정치가'로 이름을 날렸던 그가 스스로의 죽음을 통해 어떤 결과를 의도했는

지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자신의 목숨을 스스로 끊음으로써 결국

'죽음으로써 되살아난 파란만장의 정치가'가 됐다. 그에게 '정치가로서의 결단'은 있었을지언정,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 정치인인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엄중한 의무는 없었던 것이다.





누군가가 그랬다. "정치가란 교도소의 담장 위를 위태롭게 걷고있는 사람"이라고.

적어도 정치 후진국 대한민국에서 정치란 가장 사업수익성이 높은 직종의 하나이다.

기업인의 이상이 최대한의 사업수익을 올리는 것처럼, 선출직 정치가들의 최고 목표는 득표창출이며,

이를 통해 정치권력을 얻는 것이다.



그들이 밤낮으로 고심하는 것은 국리민복(國利民福)이 아니다. 민심을 얻는 것이다.

정치가들의 일거수 일투족은 민심을 얻기 위한 정치 마케팅에 의해 조종될 뿐이다.

그리고, 권력을 획득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달콤한 반대급부를 위해 매진할 뿐이다.

그 과정에서 지나친 탐욕으로 자칫 발이 삐끗하는 순간, 교도소 안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운명인 것이다. 대한민국의 짧은 대의제 민주주의 역사를 통해 우리가 숱하게 목격해왔던 바이다.



20여 년의 짧지 않은 정치이력을 거쳤던 그가, 이런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정치판 생리를 모를 리

없었다. '형님, 괜찮을까?'라며 망설였다는 그는 결국 달콤한 독배를 마셨고, 불행하게 생을 마감한 것이다.

독배를 들이마신 결과에 대한 책임을 엄중하게 질 생각이 애초부터 없었다면, 아니면 몰랐다면

'다음 세상에서는 부디 대통령 하지 마십시오. 정치하지 마십시오'라는 한명숙 전 총리의 조사처럼

그는 정치를, 대통령을 하지 말아야 했다.



최고의 권력을 누렸던 그는, 그에 상응하는 수직낙하의 압박감에 짓눌린 채로 생을 마감했다.

언젠가는 죽음을 맞아야 하는 운명을 안고 사는 일개 자연인의 한 사람으로서, 그 누구이건

고귀한 생명이 그것도 스스로의 선택으로 마감됐다는 소식은 가슴 아프게 와닿는다.

무엇보다도, 복잡한 권력관계의 함수를 이고 살아야 하는 정치인, 그것도 전직 대통령이 누구못지 않게

불행하게 생을 마감한 비극의 역사를 지켜봐야 하는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한없이 서글프고

부끄러울 뿐이다.



'작은 비석 하나만 남기라'는 유지와는 달리 그의 장례는 온국민의 애도 속에 국민장으로 치러졌다.

그러나, 그만치 비장하고 그만치 엄숙해야 할 영결식 자리에서 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감내하고 있을

유족도 아닌, 국회의원이라는 동질업종의 정치인이라는 사람이,

역시 그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참석한 현직 대통령에게 거친 악다구니를 퍼붓는 모습을 지켜봐야

한 것은 참으로 꼴사납고 낯 뜨거운 일이었다.



대한민국의 3류 정치현실에 몸담고 있는 그에게, 3류 정치꾼으로서 추호의 반성도 자기고뇌도

엿볼 수 없었다.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브랜드를 각인시키고자는 얄팍한 정치 마케팅

행위만이 있을 뿐이었다. 대한민국 국회의원, 대한민국 정치판의 수준이 이것이다.





한 인간의 죽음을 놓고 대한민국의 정치집단은 바야흐로 태풍의 핵 속에 놓이게 되었다.

생전의 노무현에게 두 번의 핵폭탄급 태풍을 얻어맞은 현 여권은 대책에 고심하고 있고,

야당과 소위 진보세력은 이 절호의 재료를 기회로 삼아 어떻게 효과적으로 정치공세화 할 것인지

주판알 두드리기에 여념이 없다. 참으로 역겨울 뿐이다.



그런 그들에게,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기까지 고인이 겪었어야 할 고뇌의 무게가 얼마나 큰 것이었을 지는

관심 밖의 사항이다. 그리고, 이 불행한 사건을 계기로 대한민국의 후진적인 정치문화를 어떻게

바꾸어 나가야 할 지는 더더욱 관심 밖이다.

그 무엇보다도, 전직 대통령의 자살로 인해 심중한 충격을 받은 대한민국 국민의 너덜거리는

가슴을 어떻게 달래줄 것인지는 그들에게 전혀 일고의 가치도 없는 문제일 뿐이다.




그들이 추구하는 밥그릇 사이즈라는 중차대한 문제가 걸린 사안일 뿐이기 때문이다.

정치꾼들은 태생적으로 그런 족속들이다.



앞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이라는 변수가 몰고올 정치적 풍파가 어떤 식으로 후폭풍을 몰고올

것인지 흥미진진할 법도 하다. 그러나, 그것은 관전자가 국외자(國外者)일 경우에만 그렇다.



대한민국의 오늘을 살아가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나는 대한민국의 국격이 그저 3류 정치,

4류 정치꾼들에게 마냥 휘둘리는 것을, 내 자식들과 함께 두 눈 지켜뜨고 목도해야만 할 것이다.

그것은 정말이지 고역스럽고, 역겹고, 참기 어려운 일이다.





다시 한번 고 노무현 전대통령의 명복을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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