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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떠올리면 예수가 연상됩니다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09-05-29 02:4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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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1,498

제목

그를 떠올리면 예수가 연상됩니다

글쓴이

장준영 [가입일자 : 2004-02-07]
내용
종교인이고, 종교학도이다 보니,

게시판에서 다른 분들보다 종교 얘기를 자주 하는 것,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얘기는 꼭 해야겠으니, 불편하신 분들도 좀 양해해 주십시오.



노통을 떠올리면,

제가 주님으로 섬기는 예수가, 자꾸만 중첩되어 연상됩니다.

노통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당선되면서부터 그랬습니다.

전두환에게 명패를 던지던 노통의 모습은,

성전 안의 장사치들을 뒤엎고 몰아내고,

민중을 억압하던 당시 기득권자들에게 거침없는 쓴소리를 하던 예수의 모습에,

너무나 닮아 있었거든요.



임기 내내 그랬습니다.

예수가, 예언자는 고향에서 환영받지 못한다,

여우도 머리 둘 곳이 있으나, 사람의 아들(예수 당신)은, 머리 둘 곳조차 없다

- 라고 했듯이, 노통 또한, 환영받지 못하고 냉대당하던 대통령이었습니다.



예수의 활동 후기로 넘어가면,

민중들은, 기득권층의 선동질과 모함에 현혹되어,

예수의 곁을 떠나기 시작합니다.

결국, 예수는, 체포되어 십자가에 못박히지요.

로마 법전에도, 유대 율법에도 없는 듣도보도 못한 죄목("유대인의 왕")으로.

민중들도,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아 죽이라고 소리질렀습니다.

결국, 예수는, 민중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갖은 희롱과 치욕을 당하면서

십자가에 못박혀 죽습니다.



그러나, 그는, 부활했다고 성서는 기록합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지금껏 기독교(예전에는 개신교(성공회), 지금은 가톨릭) 신앙을 믿어 왔고,

그 신앙에 대하여 연구하는 공부까지 했으면서도,

"우리는 예수를 죽인 죄인이다"

- 라는 말을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노통의 자결을 목도하면서, 조금은 깨닫겠습니다.

남들이 다 노통을 손가락질하고, 고개를 흔들 때,

저도 덩달아 그랬었습니다.

저는, 그를 이해하려고 별로 노력하지 않았으면서도,

여론과 분위기에 휩쓸려, 알지도 못하면서, 함께 비난에 동참했었습니다.

물론, 제가 노통과 참여정부에 가졌던 부정적 의견들 중에는,

타당한 '비판'도 있을 것이라고 스스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렇지 못했던 '비난'이 없었다고 말 못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그를,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예수는, 활동하던 말기에, 민중들이 다 떠나가자, 제자들에게,

"너희도 떠나려느냐?"

- 라고 묻습니다.

(예수 또한 인간이니까, 그 처지에서,

어찌 상실감, 외로움, 번민과 괴로움이 없었을까요)

이에 베드로는, 주님,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당신께 있을진대,

어찌 당신을 떠나겠습니까?

- 라 했고, 십자가 처형 전날에는,

"다 주님을 버리더라도, 저는 주님을 버리지 않겠습니다"

- 라 맹세했지만, 결국 도망쳤지요.



예수는, 당신이 체포될 것을 감지하고,

게쎄마니 동산에서, 고뇌에 찬 기도를 밤새 바칩니다.

성서는, 예수가 피땀을 흘렸다고 기록합니다.

노통도 그랬을 것입니다. 깊은 괴로움과 치열한 고민 끝에 내린 선택이었을 것입니다.

삶이란, 자신이 가진 것을 사용하여 자신의 존재를 구현해가는 과정입니다.

그럴진대, 의인의 죽음은, 죽음이 아니라, 가장 찬란한 생명의 구현이겠지요.

예수의 죽음도 그러했고, 노통의 죽음 또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한 발 재겨 디딜 곳도 없는 가운데에서,

그의 삶의 발걸음은, 죽음으로밖에 찍을 수 없었던 것이겠지요.



예수와 마찬가지로, 노통 또한 부활했다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우리 역사와 사회 속에 부활할 것입니다.

그는 죽었으나, 죽지 않고 영원히 살 것입니다.



예수가 죽고, 부활하고 승천한 이후,

민중들은, 우리가 예수를 죽였다는 베드로의 연설을 듣고,

가슴을 쳤다고 성서는 기록합니다.

지금, 우리도 그 민중들과 같은 심정이 아닐까 합니다.



누군가의 죽음이 정신적으로, 영적(靈的)으로, 실존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

태어나서 처음 경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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