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된 모습1]
[완성된 모습2]
기념비적인 진공관 앰프를 맹글어 보고 싶어, 여러날을 고민하며 자료를 뒤져보다가...
특이한 점을 하나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진공관 앰프 케이스 중에 순수 나무로만 제작된 케이스는 없더라는 것이었죠~.(제가 못찾았을 수도~)
왜 그런 걸까?
- 가공이 힘들어서?
- 어스 등의 문제 때문에?
- 열로 인한 화재 문제 때문에?
- 별 실익이 없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다가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여 실제 케이스 제작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회로는 음질적으로도 만족스럽고, 크기도 Pc-Fi용으로 적당한 6BQ5 Single Amp로 결정...
일단, 마분지에 도면을 그려 케이스 모양을 그려 오린 후, 대충 외형을 만들어 봤습니다.
오호~!
제대로 만들어 놓으면 외양도 예쁘고 마음에 쏙 들겠더군요~.
그럼 나무는 어떤 것으로 할까 고민하다가 결정한 것이...
요즘 Feel 많이 받고 있는 적층형 자작나무....
바로 수치 계산을 하여 도면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퇴근 후와 주말을 이용하여 그렸다 바꿨다를 반복하여 20여일 정도 걸려 1차 도면을 완성하였고...
꼼꼼한 확인을 거쳐 2차, 3차 수정을 하여 드디어 최종 도면을 완성하게 되었습니다.
아주 세세한 오차도 허용이 안된다는 전투적인 생각으로 그렸더니 도면이 제법 잘 나온 것 같습니다.(이런 팔불출~~~)
^^
이젠 가공이 문제인데...
적층형 자작나무인데다가 구멍을 깨끗하게 뚫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 공방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안되겠기에 우드콜렉션의 이상현님께 도면을 들고 찾아갔습니다.
이때가 마침 우드콜렉션 스피커 공제시기로 한참 바쁜 시기였기 때문에 빨리 작업해달라고 보채지 않고 마음 편하게 기다렸습니다.
약 3주 후, 드디어 다 됐다는 연락을 받고 우드 콜렉션을 방문하였습니다.
가공을 아주 잘 해주셔서 제 맘에 쏙 들더군요~.
사실 표면 가공까지 부탁을 드리려다가...
그래도 명색이 자작인데 내손으로 가공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제가 직접 할 요량으로 오일스테인과 사포를 좀 얻어왔습니다.
집에 와서 테스트를 해보기 위해 오일 뚜껑을 열었는데~.
헉~!
냄새가 장난이 아니라는...
온 집안에 오일 냄새가 진동하는데, 와이프 태클이 바로 들어오더군요~.
다행이 날이 아주 더운 한여름이였기에 창문을 활짝 열어 놓고 환기를 시켰더니 냄새가 금새 빠지긴 하더군요~.
겨울이었으면 작업을 못할 뻔 했습니다.
^^
오일스테인 작업은...
버리는 구멍난 런닝셔츠를 이용하여 오일을 케이스에 잘 발라 골고루 먹인 후에 하루 말리고, 샌딩질(800방) 열심히 하고...
이런 반복 작업을 대여섯번 정도 해주었더니 나중엔 광이 번들번들 나더군요~.
손가락에 물집 잡히도록 정말 열심히 문질러 댔습니다.
샌딩질만 대략 보름 정도 한 것 같네요~.
-_-;;
사포 1200방으로 마지막 샌딩 작업을 한 후, 자작나무의 완벽한 질감 및 표면 보존을 위하여 프랑스산 우드용 왁스로 최종 마무리(3회)를 했습니다.
옆에서 비추어 보면 거울처럼 미끈미끈 광이 번쩍번쩍 합니다.
일단 케이스는 완성...
흐흐~.
[오일 작업 후 - 전면]
[오일 작업 후 - 후면]
[오일 작업 후 - 뒤집어서]
[오일 작업 후 - 전면 패널, 디자인 때문에 고심을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는 괜찮은 것 같네요~.]
[오일스테인 작업 색깔 테스트 중 - 색을 넣을까 말까 고민 중~]
이젠 부품 조립 차례...
부품은 전부 따로 수배하여 미리 구해 놓았기 때문에 실제 조립 과정은 아주 수월했습니다.
부품 내역을 대충 살펴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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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해 콘덴서 : 니치콘 KZ 외
커플링 콘덴서 : 문도르프 실버골드
저항 : 타크만, 키와메, 탄탈, 데일
인렛 : 후루텍
바인딩 포스트 : WBT 0763
노브 : 압축 자작나무
볼륨 : 알프스 블루벨벳
배선재 : 카다스제
납 : WBT 은납
진공관(초단) : 12AX7(풀뮤직 선별관)
진공관(출력) : EL84(골드라이온 선별관)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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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 값만 헉!~ 이네요.
바인딩 포스트와 커플링 콘덴서 두가지 가격만 30만원이 넘는 과투자이긴 하지만...
그래도 세상에 딱 한대만 존재할 저만의 앰프인지라 망설임 없이 과감하게 투자했습니다.
^^
이젠 전면 패널에 글씨 새기는 작업만 끝나면...
최종 조립 과정만 남게 된다는 생각을 하니 만감이 교차하면서 약간 흥분이 되더군요~.
전면 패널 글씨를 어떤 서체로 정해야 하나 많은 고민을 하다가 폰트를 하나하나 다 확인해 보고 결정하여...
이상현님께 추천받은 종로에 있는 XX조각에 문의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도면을 그려오지 않으면 가격이 비싸다고 일러스트레이터로 그려 오라고 하더군요~.
헉~!
팔자에도 없는 일러스트레이터를 책 뒤져보고 인터넷 뒤져가면서 겨우겨우 전면 패널 도면을 완성하여 조각집에 맡겨 제 눈으로 글씨가 새겨지는 것을 보는 순간...
다 됐다는 안도감에 감동의 물결이 물밀듯이 밀려 들어오더군요~.
이젠 조립/배선만 남았구나~.
[납땜 완료한 부품 늘어놓기]
[후루텍 인렛 단자]
[문도르프 실버골드 0.1uF 커플링 콘덴서]
[전원/아웃 트랜스 장착 완료1]
[전원/아웃 트랜스 장착 완료2]
[기판 장착 완료1]
[단자 등 장착 중]
[WBT 0763 바인딩 포스트]
[후면 단자 장착 완료]
[전면 단자 및 스위치 장착 준비중]
[전면 패널 및 볼륨, 셀렉터, 파워스위치, 고무발 장착 완료]
조립을 열심히 하던 중...
마지막 작업인 볼륨, 셀렉터, 파워 스위치를 기판에 임시로 끼워보는 순간~.
헉~!
도면에 미스 부분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렇게 확인을 했건만...
이때부터 나무 깎는 작업이 시작됩니다.
변변한 공구도 없어 칼로 일단 금을 깊게 긋고 송곳을 이용하여 홈을 내준 후, 드리이버로 홈파는 작업을 했습니다.
조각칼이라도 있었으면 훨씬 수월했을텐데...
어쨌든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
다행인 것이 그래도 눈에 안보이는 안쪽인지라 별 부담 없이 했더니 그런대로 잘 파지더군요~.
적층을 한 부분이라 생각보다 잘 쪼개져서 생각보다는 수월했습니다.
그러던 중 전면 패널과 후면 단자쪽에 나무의 쪽이 약간 떨어져 나가는 불상사가 생겨버렸습니다.
흐미~!
[칼, 송곳, 드라이버로 파낸 홈]
그렇게 조심했건만...
하지만 누굴 원망하겠습니까?
그나마 눈에 잘 안띠고 부위가 작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조립을 다 마치고 전면 패널을 장착한 후, 외관을 보니 자작나무의 질감이 잘 살아나서 아주 멋있더군요~.
[전면 얼짱샷1]
[전면 얼짱샷2 - 자작나무의 질감을 느껴보세요~!!!]
[책상 위에서 한 컷]
[볼륨 임시 장착 중 한 컷]
[배선 작업 중1 - 후면 글씨 조각 작업 완료(인두로 했어요~)]
[최종 배선 작업 중]
[최종 배선 작업 완료]
최종 배선작업이 완료 되고...
자~!
드디어 전원을 넣는 순간이 왔습니다.
제발 별 문제가 없어야 할텐데...
딩공관을 끼워 넣고 파워 스위치를 올렸습니다.
엥~
전기가 안들어 옵니다.
헉~! 뭐지?
...
...
...
에구~ 전기를 안 꽂았네~~~ -_-;;
다시 파워 스위치 온!
엥?
또 안들어오네~.
...
...
...
아차차~
인렛에 휴즈를 안넣어 줬네요~.
에구구~.
마지막 시도...
파워 스위치 온!.
드디어 전원이 들어옵니다.
성공입니다.
그런데, 이번엔 전면 LED에 불이 안들어 옵니다.
LED 납땜시 약간 오랜시간 땜질한 느낌이 들었는데, 승천한 것으로 판단하여...
여분의 LED로 교체해서 납땜을 다시하고 스위치를 올렸습니다.
크으~.
영롱한 LED 불빛이 반짝 거립니다.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자작나무 적층 'Wood Watt Joo'가 드디어 완성되었습니다.
Joo는 제 이름 앞자를 딴 것이구요~.
지난주 토요일 새벽에 완성을 해서 일요일까지 풀로 구동시켜 줬는데...
부품이 좋아서인지, 나무 케이스 및 노브 영향인지...
해상력이 좋으면서도 질감 있고 편안한 소리를 들려 주는군요~.
그런데, 약간의 미세한 험이 들리는 겁니다.
예상했던 일이긴 한데...
이는 분명 볼륨 너 때문일 것이다.
어스가 안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위해...
기판 나사에 맞는 와셔를 구해 짜투리 배선재를 납땜하여 볼륨부의 금속쪽에 연결을 해줬더니...
거짓말처럼 험이 싹 사라졌습니다.
흐하하~.
드디어 험 0에 완벽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6BQ5 Single 딩공관 앰프를 완성했습니다.
만 이틀을 구동시켜 보면서...
제가 궁금했던 것에 대한 답을 달아 보았습니다.
- 가공이 힘들어서?
--> 도면만 완벽하면 공방에서 자작도 가능합니다.(집에서는 좀 어려울수도~)
- 어스 등의 문제 때문에?
--> 볼륨과 기판 나사를 어스시키면 험 0, 완벽한 컨디션이 됩니다.
- 열로 인한 화재 문제 때문에?
--> 열 때문에 나무가 상하지 않을까 사실 이것이 제일 걱정이었는데, 케이스에서 뜨뜻한 느낌도 안날 정도로 열을 못느꼈습니다. 게다가 혹시 몰라 하판 없이 기기를 사용하고 10시간 정도 있다가 밑에 손가락을 넣어서 대충 열을 확인해 보니 대부분 미지근한 정도이더군요~. 기름 뿌려 불지르지 않는 한 화재 걱정은 안해도 될 것 같습니다.
- 별 실익이 없어서?
--> 열과 진동에 더 강하고, 금속 케이스보다 부드러운 소리가 나는 것 같습니다. 단점은 가공 Miss 발생시 치명적이다라는 것 외에는 잘 모르겠습니다.
시간 날때마다 짬짬이 작업을 한 탓에 근 넉달 정도의 시간이 걸렸네요~.
어쨌든 세상에 딱 한대밖에 없는 앰프를 맹글었고 제 이름까지 박아 놓았으니 이넘은 이제 저와 운명을 같이 하는 겁니다. (절대 바꿈질 없음!!!)
^^
와이프도 이쁘다고 하는데 볼륨은 본체와 영 언발란스하다고 맘에 안든다고 하네요~. (난 괜찮아 보이는디???)
시간이 지나도 눈에 거슬린다고 하면 다른 볼륨으로 교체를 검토해 봐야 겠습니다.
사실 자작나무로 직접 깎아보고 싶네요~.
이젠 샌딩질 노하우가 좀 생겨서 저 혼자 작업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 얼짱샷 입니다.
[작업하다가 깨먹은 부위가 나오네요~. 후면 글씨는 인두로 작업했는데 글씨체가 예쁘지도 않고 영 별로네요~ -_-;;]
[책상 위에서 얼짱샷 전면]
[책상 위에서 전면 패널1 - 자작나무 질감 Good!!!]
[책상 위에서 전면 패널2 - 노브는 압축 자작나무]
근 넉달을 고생했더니 당분간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은 드는데, 또 뭘 맹그러 봐야 하나 살짝 고민이 되네요~.
다음 예정이 300B이긴 한데...
어쨌거나 또 돈들어 갈 일만 남았군요~.
^^
지루한 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리고...
모두 좋은 일 많이 있으시길 기원합니다.
항상 행복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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