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늦게 덕수궁에 다녀 왔어요.
사람이 많았어요. 12시 정도 가서 2시 정도에나 인사할 수 있었으니까.
안타까운 마음에 비해 국화 한송이는 너무 초라했어요.
담배를 피우지는 않지만 불붙여 한 대 올려 드리고 싶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어깨를 들썩이며 울먹이고, 더러는 통곡하기도 하고.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어요. 몸 안에 잠기지 않는 수도꼭지가 있는 건지 눈이 아플 정도로 흘렀습니다.
제주에서 올라온 어떤 부부도 있었고, LA에서 방금 서울 도착하자마자 자원봉사하시는 분들도 있었어요.
가셔야 할 분 맘 편히 가시게 자꾸 잡아서는 안되는데 마음이 그렇지가 않네요.
집으로 가는 길, 그 분이 남긴 것들에 대해서 생각했습니다.
신념, 용기, 자존, 용기 이런 단어들이 떠올랐어요.
배우자...그 분을 배우자. 나도 그 분처럼, 신념을 지키기위해 삶을 걸어보자.
생명을 걸고 가족과 날 믿어주는 사람들의 자존을 지켜보자.
더 이상 같은 공기를 마시며 살 수 없는 벽을 넘으셔서,
또 다른 세상에 계시므로 더 이상 그 분의 살아있는 음성을 들을 수 없어서
가슴 한 켠이 길고 예리한 핀으로 후비는 듯 아려왔지만
여전히 살아 있는 나는
시퍼렇게 눈 뜨고 치열하게 살아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이상은 <삶은 여행>중
삶은 여행이니까 언젠가 끝나니까
소중한 너를 잃는 게 나는 두려웠지
하지만 이제 알아 우리는 자유로이 살아가기 위해서 태어난걸
용서해 용서해 그리고 감사해
시들었던 마음이 꽃피리
드넓은 저 밤하늘 마음속에 품으면 투명한 별들 가득
어제는 날아가버린 새를 그려 새장 속에 넣으며 울었지
이젠 나에게 없는걸 아쉬워하기보다
있는 것들을 안으리
삶은 계속되니까 수많은 풍경 속을 혼자 걸어가는 걸 두려워했을 뿐
하지만 이젠 알아 혼자 비바람 속을 혼자 걸어갈 수 있어야 했던 걸
삶은 여행이니까 언젠가 끝나니까 강해지지 않으면 더 걸을 수 없으니
수많은 저 불빛에 하나가 되기 위해 걸어가는 사람들 바라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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