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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는 목마름으로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09-05-24 02:42:47
추천수 0
조회수   499

제목

타는 목마름으로

글쓴이

박재경 [가입일자 : 2004-09-05]
내용
제 마음은 윤동주가 자화상에서 쓴 마음마냥 부끄럽기만 한데

살아있는 사람은 결국 또 제 밥그릇에 매달리며 현실에 타협할 뿐입니다.





타는 목마름으로

- 김지하 -



신새벽 뒷골목에

네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내 발길은 너를 잊은 지 너무도 너무도 오래

오직 한가닥 있어

타는 가슴속 목마름의 기억이

네 이름을 남몰래 쓴다 민주주의여



아직 동트지 않는 뒷골목의 어딘가

발자욱소리 호르락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

외마디 길고 긴 누군가의 비명소리

신음소리 통곡소리 탄식소리 그 위에 내 가슴팍 속에

깊이깊이 새겨지는 네 이름 위에

네 이름의 외로운 눈부심 위에

살아오는 삶의 아픔

살아오는 저 푸르른 자유의 추억

되살아오는 끌려가던 벗들의 피 묻은 얼굴



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

떨리는 치떨리는 노여움으로 나무판자에

백묵으로 서툰 솜씨로

쓴다.



숨죽여 흐느끼며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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