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하씨 개인에 대한 최근의 이야기는 접어두기로 하고,
사람에 대한 생각은 놔두고(사람을 생각하면 퇴색되겠지요),
그냥 시만 보도록 합시다.
많은 이들의 가슴에 박혔을 시요,
와싸다 많은 분들의 젊은 시절에 마음으로 함께 따라 불렀을 시입니다.
착잡하고 우울한 날입니다.
그저 그 때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 때의 시를 한번 읊조려 봅니다.
타는 목마름으로
- 김지하
신새벽 뒷골목에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내 발길은 너를 잊은 지 너무도 너무도 오래
오직 한 가닥 있어
타는 가슴속 목마름의 기억이
테 이름을 남몰래 쓴다 민주주의여.
아직 동 트지 않은 뒷골목의 어딘가
발자국 소리 호르락 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
외마디 길고 긴 누군가의 비명 소리
신음 소리 통곡 소리 탄식 소리 그 속에 내 가슴팍 속에
깊이깊이 새겨지는 네 이름 위에
네 이름의 외로운 눈부심 위에
살아오는 삶의 아픔
살아오는 저 푸르른 자유의 추억
되살아오는 끌려가던 벗들의 피묻은 얼굴
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
떨리는 치떨리는 노여움으로 나무 판자에
백묵으로 서툰 솜씨로
쓴다.
숨죽여 흐느끼며
네 이름을 남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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